가진 것이 많아도 지키고픈 게 없었다. 유리하면 이용하고 소용없으면 내치는 것이 당연해 별다른 감흥조차 없었다.
그런데 모다 잃어도 지켜 내고 싶고, 머릿속 셈이 끝나기도 전에 심장부터 움직이고 마는 상대를 만났다.
“그래도 와. 나한테로.”
그녀는 서늘하게 푸른 달이 품은 간절한 붉은 바람이었다.
아무 것도 욕심내지 않고 담지 않는 빈 가슴으로 살자 했다. 또다시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은 너무 힘겨우니까.
그런데 특별해져 가고, 간절해져 간다.
“바란다면 바람처럼 흘러가 주실까요. 제게 고이지 않고 그대로 하늘까지…….”
스쳐가는 붉은 바람 한 줄기가 되어도 좋다. 그러니 당신은 여전히 빛나는 푸른 달이기를.
마냥 푸른 달을 휘감은 고요하고 붉은 바람, 그 안에 속속 일깨워지는 마음들.
무엇도 바라지 않은 계약자와 이미 온전히 깨어나 버린 천신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