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죄인의 섬, 안주를 떠나 뭍으로 나갔을 때,
칠 년 만에 다시 만난 남자는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사내가 되어 있었다.
열두 살, 단꿈이 더 좋을 어린 나이.
아비의 손에 이끌려, 오라비 대신 역적의 아들이 되었다.
안주에 보내진 수린이 오라비 진겸의 이름으로 산 지, 칠 년.
마침내 섬을 나갈 기회가 생겼다.
결코 그녀가 바라지 않았던 방식으로.
“제가, 나리를 모시고 가겠습니다. 황궁에 당도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리를 살릴 것입니다.”
그녀를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외딴섬에 가둔 윤천강의 형, 윤문혁.
어미보다 더 자신을 아껴 준 유모를 살리기 위해,
수린은 원수의 아들을 살려야만 했다.
그리고.
“의원이냐?”
단 하루도 잊어 본 적 없던 칼처럼 서늘한 눈매가
다시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했다.
<2권>
피워 줄 달빛을 기다리며 숨죽이는 꽃, 향월화.
달빛이 내리쬔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생이 끝난다 해도 좋았다.
죄 없이 죄인의 족쇄를 찬 이들, 선정(善政)을 펼치는 온화한 황제.
어느 곳 하나 허투루 지어진 것 없이 완벽한 도성은
수린에게 안주에 있던 이들을 생각나게 했다.
윤씨 형제에게 끌려 어지러운 정쟁 한복판에 낀 수린은
그저, 고요하던 안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그, 그 취하신 것 같습니다.”
“……곱다.”
배려라든가 따스한 성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천강은
자꾸만 온기를 보내와 그녀를 더더욱 혼란스럽게만 하는데…….
“곱구나. 죄 많은 나 살리려 이러고 있지만 곱게 컸구나. 내 누이.”
소중한 구슬 다루듯 한없이 조심스러운 오라비 앞에서,
철천지원수의 아들에게 술렁이는 마음의 연유를 알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서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수린은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