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의 섬, 안주를 떠나 뭍으로 나갔을 때,
칠 년 만에 다시 만난 남자는 더 단단하고 날카로운 사내가 되어 있었다.
열두 살, 단꿈이 더 좋을 어린 나이.
아비의 손에 이끌려, 오라비 대신 역적의 아들이 되었다.
안주에 보내진 수린이 오라비 진겸의 이름으로 산 지, 칠 년.
마침내 섬을 나갈 기회가 생겼다.
결코 그녀가 바라지 않았던 방식으로.
“제가, 나리를 모시고 가겠습니다. 황궁에 당도할 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나리를 살릴 것입니다.”
그녀를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외딴섬에 가둔 윤천강의 형, 윤문혁.
어미보다 더 자신을 아껴 준 유모를 살리기 위해,
수린은 원수의 아들을 살려야만 했다.
그리고.
“의원이냐?”
단 하루도 잊어 본 적 없던 칼처럼 서늘한 눈매가
다시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