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워 줄 달빛을 기다리며 숨죽이는 꽃, 향월화.
달빛이 내리쬔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생이 끝난다 해도 좋았다.
죄 없이 죄인의 족쇄를 찬 이들, 선정(善政)을 펼치는 온화한 황제.
어느 곳 하나 허투루 지어진 것 없이 완벽한 도성은
수린에게 안주에 있던 이들을 생각나게 했다.
윤씨 형제에게 끌려 어지러운 정쟁 한복판에 낀 수린은
그저, 고요하던 안주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그, 그 취하신 것 같습니다.”
“……곱다.”
배려라든가 따스한 성정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천강은
자꾸만 온기를 보내와 그녀를 더더욱 혼란스럽게만 하는데…….
“곱구나. 죄 많은 나 살리려 이러고 있지만 곱게 컸구나. 내 누이.”
소중한 구슬 다루듯 한없이 조심스러운 오라비 앞에서,
철천지원수의 아들에게 술렁이는 마음의 연유를 알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심장이 너무 세게 뛰어서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수린은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