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요, 선빈 삼촌?”
“뭐?”
“삼촌은 6년 전에 나한테 반칙했어요. 그리고 지금도 반칙이에요.”
장례식장에서 만난 친구의 세 살 어린 조카, 김아빈.
나를 삼촌이라고 부르는 유일한 사람.
“6년 전, 운전할 때요. 재킷 벗고, 넥타이 풀고, 하얀 셔츠만 입고 운전했잖아요.
그것도 단추 하나 열어 놓고는. 게다가 노래까지 잘 부르다니.
그건 여자한테 절대로 보이면 안 되는 행동이에요.
삼촌같이 가만있어도 멋있는 사람이 그러는 건,
대놓고 자기 좋아하라고 매력 발산하는 거 외엔 해석할 방법이 없어요.
오늘도 그냥 운전하면 되는데, 왜 코트는 굳이 벗어서 뒷좌석에 둬요?
셔츠 단추까지 풀고. 아예 작정을 한 거죠?
나 이렇게 멋있으니까 김아빈, 네가 나한테 안 반하나 보자, 하고.”
그리고 언제나 예상치 못한 순간, 자신의 방식으로 나를 웃게 만드는 여자애.
시간이 어떤 마법을 부린 것일까?
6년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난 꼬맹이가 조금씩 내 세상 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얼음장 같았던 심장이 그 애의 따뜻한 마음에 조금씩 녹는다.
“사랑이 뭐예요?”
“내가 너한테 느끼는 감정, 그거.”
그리하여 남김없이 모든 마음을 가져가 버렸다.
이제 내가 김아빈의 세상에 들어갈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