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세상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당신이 상상한 그 이상의 극사실주의 셰어하우스
새 하메와 함께 돌아온 〈청춘시대〉 1년 후 이야기
◎ 도서 소개
드라마 화제성 1위, 매 회 자체 최고 시청률 경신!
1년을 기다렸다! 베일을 벗은 〈청춘시대 시즌2〉 순항 알림!
2017년 8월, JTBC 드라마 〈청춘시대2〉는 첫 방송부터 시즌1 최고 시청률을 웃도는 2.2%를 달성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을 뿐 아니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서 집계한 화제성 드라마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1년을 기다린 애청자들의 파워와 팬심을 증명했다. 시즌1에 이어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이 아르테팝에서 출간된다. 〈청춘시대〉는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로, 여대생들끼리 공생하며 생기는 미묘한 감정의 흐름과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삼각관계도, 신데렐라 코드도 없이 다섯 여대생들이 셰어하우스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 〈청춘시대〉 시리즈는 ‘현재의 20대를 가장 훌륭히 대변했다’, ‘인생작’,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멜로, 코미디, 미스터리 등 장르를 총망라하는 집필 경력의 박연선 대본집이기도 하다. 박연선 작가는 로맨틱 코미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한 뒤 남녀노소가 감정이입한 명품 멜로 〈연애시대〉를 비롯, 드라마스페셜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8부작 미스터리 〈화이트 크리스마스〉 외에도 〈백야행〉, 〈얼렁뚱땅 흥신소〉, 〈그녀를 믿지 마세요〉 등을 집필했다.
“그 시절, 모든 것은 나를 사랑하기 위해 존재했다”
더 이상 세상의 중심이 될 수 없음을 깨달은 상처투성이 다섯 여자의 맨몸 분투기
리얼심리 상처 치유 드라마 〈청춘시대〉
“언제는 지 몸처럼 만졌으면서… 이제는 손 좀 닿았다고 미안이래?” - 미친X 널뛰듯 실연 중 유은재
“딱지 떼는 그날! 일간지에 광고 낼 거예요. ‘축 송지원 여자 되다!’” - 취직보다 섹스! 송지원
“나 그렇게 착한 사람 아니에요. 착한 사람이면 이렇게 미움받을 리가 없잖아요.”
- 집에선 핑크 다람쥐, 밖에선 다크 포스 정예은
“말해봐요. 더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또 버리고 떠날 거냐구요." - 키 큰 애 조은
“왜 하필 그 기적이 당신에게 일어나야 하죠? 노력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적이 일어나진 않아요.”
- 이제는 정규직, 벨 에포크 최종 보스 윤진명
센 언니 강이나가 떠나고 10개월 후, 하메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청춘시대2〉는 연남동 셰어하우스 벨 에포크에 새 하메 조은이 섬뜩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를 들고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렸다. 1년 6개월 만에 과 선배와의 첫 연애에 종지부를 찍고 감정기복이 널뛰듯 하는 유은재, 데이트 폭력을 당한 후, 집 밖에선 상복처럼 노출 없는 검은 옷만 입는 정예은, 생존만을 꿈꾼 끝에 마침내 정규직의 성지에 입성한 윤진명, 강박적인 거짓말이 점점 심해지자 자신이 어디 아픈 게 아닐까 불안한 송지원. 짧은 머리만큼 까칠한 태도로 하메들과 거리를 두는,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조은. 조은이 벨 에포크에 온 이유는 바로 ‘분홍 편지’의 수신인을 찾기 위해서다. 이토록 강렬한 증오를 살 만큼 나쁜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누가 남의 인생을 망가뜨려놓고 하하호호 웃고 있는가?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 하메들은 편지의 주인이 자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는데….
살아 숨 쉬는 캐릭터, 심금을 울린 명대사, 한 편의 시와 같은 에피소드
‘보는 맛’을 넘어 ‘읽는 맛’을 극대화하다!
시즌1보다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그리고 미스터리!
〈청춘시대2〉는 한층 강력해진 코미디와 로맨스, 미스터리를 자랑한다. 송지원 자신도 기억 못 하는 과거와, 무시무시한 증오가 담긴 ‘분홍 편지’의 주인, 정예은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범인의 정체 등은 극을 흥미진진하게 이끌면서도 하메들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또한 시청자들이 ‘이번엔 제발 사귀게 해달라’고 외쳤던 송지원과 임성민의 코믹한 ‘썸&쌈’도 담겼다. 일상의 소소한 디테일과 미스터리를 엮어내는 능력이 탁월한 박연선 작가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대본집은 작품성과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작품에게 주어지는 기회라고들 한다. 무엇보다 대본집의 매력은 작품의 빈 공간이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상에서는 보지 못한 설정과 지문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끼고, 반대로 대본에 표현되지 않은 빈 공간에서는 연출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청춘시대 시즌2 대본집』은 ‘읽는 맛’이 남다른 박연선 작가의 대본을 지면에 맛깔나게 살려냈다. 〈청춘시대〉의 시그니처가 된 재치 있는 에필로그 뿐 아니라, 소지문 역시 대사만큼이나 감각적이어서, 드라마에 나타나지 않았던 인물의 속마음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경음악, 날씨, 옷차림과 화장, 벨 에포크의 공간까지 다방면에 걸쳐 섬세하고 치밀하게 창조한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본으로, 영상의 ‘보는 맛’을 넘어 글로 ‘읽는 맛’을 선사한다.
◎ 책 속에서
14. 조은의 방(밤)
조은이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본다. 노크 소리 들린다. 또냐? 귀찮다. 일어나서 문을 연다. 윤진명이다.
윤진명 잠깐 나와볼래요.
조은 왜여?
․인서트 ≫
맥주와 안주를 세팅하던 세 명의 하메, 놀란다. ‘왜요? (유)’ ‘왜요? (정)’ ‘왜요라고라. 어디서 감히 (송)’
윤진명 (역시 윤 선배다. 흔들리지 않는다) 첫날이잖아요. 간단하게 맥주 한잔해요.
․인서트 ≫
아, 역시 윤 선배… 믿음직스럽다. 유, 정, 송은 고개를 끄덕인다.
조은 (싫은 티를 감추지 않는다) 아… 좀 피곤한데…
․인서트 ≫
세 명의 하메… 저런 시건방진. 유은재는 윤진명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쥔다. ‘지지 마요. 윤 선배!’
윤진명 (여유 있다) 잠깐이면 돼요. 할 말도 있구.
15. 거실(밤)
윤진명이 돌아 나온다. ‘아아! 윤 선배!’ 유은재가 존경의 념을 가득 담아 바라본다. 송지원은 양손 엄지 척을 한다. 조은이 나오자 얼른 표정, 시선 수습한다.
․점프 ≫
어쨌거나 네 명의 하메와 조은이 모여 앉았다. 건배한다.
윤진명 셰어하우스 해봤어요?
조은 아뇨.
윤진명 형제는?
조은 (도전적이다) …왜여?
윤진명 또래랑 어울리는 걸 잘 못하는 거 같애서… 형제 없죠?
조은 에… 뭐…
조은의 밀어내는 듯한 단답형 대답에 대화가 이어지질 않는다. 분위기 싸해진다. 조은은 의자 앞다리를 들게 해서 까딱까딱 몸을 흔들며 딴청 피운다. 이런 자리에 관심 없다는 걸 노골적으로 보여주듯. 조은의 시야에서 벗어나자 하메들은 자기들끼리 눈짓하고 입으로 의견 교환한다.
윤진명 (입으로) 물어볼 거 많다며?
송지원 (입으로) 키?
유은재 (그건 곤란하다는 듯 고개 흔든다. 입으로) 그거 물어봐요. 비욘세.
조은 (그 순간 유은재를 본다) …
유은재 (헉! 얼떨결에) 비욘세… 좋아해요?
조은 (뭐냐 그 질문은?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아녀!
유은재 (왠지 패배감이… 고개를 떨군다) …
송지원 (그렇다면 매뉴얼을 사용할 수밖에… 맥주를 원샷한다) 오빠 있어?
조은 (바보냐) 형제 없다고 방금 그랬는데…
송지원 아, 맞다… 삼촌은 있지? 막내 삼촌 몇 살이야?
조은 (빤히 본다) …
송지원 아니, 이게 되게 재밌는 농담이거든. 네가 뭐라고 대답을 해야 내가 소개시켜달라거나 나가라거나… 그럼 빵 터지면서…
조은 (한숨 쉰다) …
왠지 부끄러움은 정예은과 유은재의 몫이다.
윤진명 (평점심을 유지한다) 처음엔 부딪힐 일이 많을 거예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니까… 꼭 할 말은 해야겠지만, 참기도 해야겠죠. 아무튼 잘 지내봐요.
조은 (통한 걸까) 에, 뭐… (그러나 곧바로 일어나며) 다 됐죠?
하메들, 어이없다. 뭐냐? 쟤.
윤진명 저기요.
조은 (돌아본다) …?
윤진명 (빠직 했다) 같이 먹은 건 같이 치우는 거예요.
조은 (그런 거였어) 아… (자기 맥주를 헹궈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린다. 퉁!)
네 명의 하메는 눈으로 조은의 동선을 쫒는다. 조은이 방으로 들어간다. 아! 네 명의 하메들, 입 벌린 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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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조은의 방(낮)
조은이 수첩에 쓴다. 수첩에는 윤진명, 정예은, 송지원, 유은재란이 있다. 유은재 페이지를 펼쳐서 ‘손바닥의 상처, 칼로 그은 듯한’을 쓴다.
․인서트 ≫
소파에 자고 있는 유은재. 손바닥의 상처.
조은이 『당신은 나의 분노를 갖을 수 없다』책을 꺼낸다. 그 안에서 반으로 접힌 분홍색 편지지를 꺼낸다. 급하게 연남로 22번지 2층이라는 주소가 적혀 있다. 이것은 조은이 맨 첫날 이곳에 왔을 때 들고 있던 그 종이다. 반으로 접힌 편지지를 펼친다. 분홍색 편지에는 전체적으로 희미하게 크리스마스트리의 모습이 인쇄되어 있고, 편지지 아래쪽에는 水&秀라고 인쇄되어 있다. 즉, 회사나 가게에서 고객들에게 보내는 성탄 편지지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편지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그 위에 쓰여진 글씨는 난폭하고 정신없다.
‘그래, 내 인생을 망가트린 건 너야. 너였어. 내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게 다 너 때문이었어. 근데 넌 하하호호 웃더라. 행복하니? 행복하겠지.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살겠지. 하하호호 웃겠지. 너 때문에 망가진 사람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개 같은 년. 개 같은 년. 개 같은… 가만 안 둘 거야. 다시는 그렇게 웃지 못하게 만들 거야. 웃고 있는 네 입을 찢어놓을 거야. 내가 당한 고통 그대로… 널 죽여버릴 거야.’
편지는 그렇게 뚝 끝났다.
1회 - 겁쟁이가 난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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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클럽 화장실 입구(밤)
송지원이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팔찌선배를 발견한다.
송지원 (웨이터처럼, 혹은 마술사처럼 두 손으로 휘저어 한쪽을 가리키며) 남자는 저쪽! (지나가려는데)
팔찌선배 (화장실에 가려던 게 아니다) 너 그거 진짜냐?
송지원 (해맑다) 뭐가요?
팔찌선배 취직보다 더 급한 게 남자랑 자는 거라는 거?
송지원 (헤헤 웃는다) …
팔찌선배 진짜면 …나갈래?
송지원 (여전히 해맑다) 어딜요?
팔찌선배 하러.
송지원 (그제야 상황 인식이 되었다. 눈을 깜박인다) …
팔찌선배 난 너 괜찮은데…
송지원 (당황한 걸까? 웃는 얼굴 그대로 눈만 깜빡이는데) …
팔찌선배 가자. (송지원의 손을 잡아끈다) …
너무 좋아서 그런 걸까? 송지원은 넋을 반쯤 유실한 것 같다. 팔찌선배가 끄는 대로 따라간다.
13. 클럽 앞, 엘리베이터(밤)
팔찌선배가 송지원의 손목을 잡고 나온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때까지도 송지원은 아까와 같은 표정이다. 웃는 모습 그대로 굳어버린 얼굴! 팔찌선배가 송지원을 끌어당겨 어깨에 손을 얹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팔찌선배가 가볍게 송지원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미는데, 줄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송지원이 풀썩 쓰러진다. 팔찌선배가 가까스로 바닥에 부딪치려는 송지원을 받는다.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사람, 내리던 사람들이 주춤대며 그들을 에워싼다. 송지원은 기절한 게 아니다. 모든 감각이 희미해진 거다. ‘119… 야야… 송지원… 뭐야, 왜 이래?’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득하다. 시야도 마찬가지다. 송지원은 한곳을 응시하고 있지만 눈동자는 열려 있다. 천장의 불빛이 순간순간 블랙아웃된다.
웨이터가 나오고, 임성민과 동료들, 선배들이 달려온다. 임성민이 팔찌선배를 밀어내고 송지원을 받아 안는다. ‘지원아, 지원아, 송지…’ 아득하던 목소리가 갑자기 터진다. 마치 고막에 찼던 물이 갑자기 빠진 듯.
임성민 …원! 누가 119좀…
송지원 (중얼거린다) 예쁜 구두!
임성민 뭐?
송지원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어… ?
임성민 괜찮어? 정신 들어?
송지원 (고개를 끄덕인다. 팔찌선배와 눈이 마주친다) …
팔찌선배 (안도하면서도 어이없다)
상황은 끝났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일으키고, 사람들은 흩어진다.
-2회, 나는 널 미워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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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 ≫
밑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소리 나는 곳을 본다.
윤진명 (사람들의 시선이 향하자 얼른 주저앉는다)
헤임달 원래 이런 건 32층 옥상에서 해야 폼이 나는데… 그런덴 문이 잠겨 있어서…(밑을 확인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흩어졌다. 일어난다) … 이건 1호 팬한테만 특별히 해주는 애긴데. 나 데뷔하고 첫 무대 망쳤을 때… 그땐 진짜 속상해서 확 죽어버릴까 그런 생각도 했거든요. (걱정 말라는 듯) 아, 아주 살짝 잠깐… 근데 그때 죽어봤자 <연예가중계>엔 안 나올 거 같더라구. 그래서 안 죽었어요. 억울하잖아. 죽었는데 아무도 모르면. (혼자 낄낄댄다) 나중에 성공하면 이 얘기 할 거예요. 예능 프로 나가서. 그때 누나 얘기도 할게요.
윤진명 진짜… 성공할 거라 생각해요?
헤임달 또, 또 그런다. 누난 왜 그렇게 부정적이에요? 무슨 팬이 그래? 걱정 말아요. 반드시 성공하니까…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예요. (뭔가 깨달은 듯 갑자기 조그만 수첩을 꺼내서 적는다)
윤진명 (너 뭐 하니) ?
헤임달 이 말 멋있죠? ‘내가 아직 성공 못 한 건 노력이 부족해서다…’ 나중에 인터뷰할 때 써먹어야지. (수첩 들어 보이며) 내 명언집인데요… ‘꿈이 없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또… ‘꿈꾸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또…
윤진명 (헤임달을 보고 있기가 괴롭다. 외면한다) …
헤임달 그만 가야겠다. (부른다) 누나!
윤진명 (보면) …
헤임달 (막대사탕 하나를 내민다) 이거 먹고 힘내요.
윤진명 (얼떨결에 받는다) …
헤임달 (가다가 돌아서서 특유의 포즈 해 보이며) 파이팅, 1호 팬!
윤진명 (막대사탕을 바라본다) …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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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조용하다. 송지원은 어린 시절 문효진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본다. 임성민이 송지원을 흘깃 본다. 조용한 송지원은 적응이 안 된다.
임성민 자?
송지원 아니.
임성민 뭐라고 좀 주절거려봐. 심심하잖아.
송지원 (침묵을 덜어내기 위해 한숨을 쉰다. 가볍게) 더는 찾을 방법이 없겠지?
임성민 뭐, 흥신소를 고용하지 않고서야…
송지원 (장난스럽게) 예쁜 구두의 비밀은 이렇게 묻히는 건가요. 영원히!
임성민 예쁜 구두… 진짜 구두가 예뻐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송지원 그렇지.
송지원 예쁜 구두라고 말한 그 기억 자체가 왜곡된 걸 수도 있구.
송지원 그럴 수도 있구…
임성민 진짜 기억해야 되는 거면 기억하고 있을 거야. 잊어버려.
송지원 잊어라. 레드썬. (자신을 향해 최면을 걸듯 손가락을 튕기면서 잠깐 기절했다가 깨어나는 시늉한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흥얼거리며 창밖을 본다. 창밖이 어둡다. 송지원 노랫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표정은 점점 어두워진다. 문득 몸을 떤다)
임성민 추워?
송지원 응.
임성민 (에어컨을 끄며 송지원을 슬쩍 본다) …
(송지원) (창밖을 보며 팔뚝을 쓸어내린다. 오소소 돋은 소름을 잠재운다) 사실은 겁이 났다. (어린 시절 사진을 본다) 두 아이는 비슷하다. 생긴 것도 비슷하고, 키도 비슷하고 옷 입은 것도 비슷하고… 웃는 것까지 비슷한 아이 둘.
65. 들판(낮-과거)
(소리) 자, 여기 보고, 하나, 둘, 셋!
사진을 찍은 아이 두 명이 움직인다. 서로 뛰어가고 쫓아가고, 깔깔 웃는다.
(송지원) 그중 하나는 겪어서는 안 될 일을 겪고. 그게 소문이 나고, 쫓기듯이 이사를 가고, 아마도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엄마를 잃고 고아가 된다. 친척집에 얹혀살다가 구박을 당하고 가출을 하고, 소식이 끊겨버렸다. 아마도 그 아이는 지금도 힘든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한 아이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됐다. 그 아이는 앞으로도 평범하고 무난하게 살아갈 것이다. 비슷한 두 아이. 같은 시간, 다른 삶! 그 차이는 뭘까? 도대체 무슨 이유로 두 아이의 운명이 갈린 걸까?
두 아이가 민들레 홀씨를 후욱 분다. 홀씨가 날아간다. 누군가 불렀나 보다. 두 아이가 뛰어가다가 한 아이가 돌아본다. 카메라를 유심히 본다.
(송지원) 그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사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아주 사소한 것.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한 아주 작은 이유로 내 인생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곳으로 치달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겁이 났다. 그리고 안도하는 내가 있다.
66. 임성민 차 안(밤)
송지원이 사진 속 문효진을 본다.
(송지원) 그 사소한 이유가 내 것이 아니어서 다행이구나! 안도하면서 나는 또 다른 아이에게 미안해졌다.
-5회, 나는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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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회의실(낮)
윤진명이 토르의 이력서를 본다. 확실히 성격 있게 생겼다. 노크 소리가 난다. 윤진명이 고개를 든다. 테이블 너머 문을 응시한다.
윤진명 (기합을 넣듯 짧은 심호흡한다) 예!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건 토르다. 키가 크다. 근육도 상당하다. 토르가 맞은편에 앉는다. 테이블 위로 두 손을 올려놓고 주먹을 쥔다. 힘줄이 불거진다. 토르가 윤진명을 바라본다. 눈싸움하듯, 윤진명 역시 시선을 돌리지 않는다. 토르의 표정이 점점 무서워진다. 윤진명이 책상 밑에서 핸드폰의 긴급전화 버튼에 손을 댄다. 여차하면 전화할 셈이다. 갑자기 토르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눈물을 뚝뚝 흘린다.
토르 (오열하며) 한 번만 봐주시면 안 돼요? 열심히 할게요. 진짜 열심히 할 수 있어요. 뭐든 할 수 있어요. 저 이거 아니면 할 줄 아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중3때부터 지금까지 이것만 했는데… 7년 동안 이것만 했는데… (흐느끼느라 말이 안 나온다) …
윤진명 (냉정한 얼굴을 허물어트리지 않는다. 책상 위 휴지를 밀어준다) …
토르 (아예 테이블에 엎어져 흐느낀다) 나 이제 어떡해요? 내 인생 다 끝났어요. 엄마 아빠한테는 뭐라 그래요? 친구들한테는 또 뭐라 그래요? (주먹으로 책상을 쿵쿵 두드리며 운다)
윤진명…
․점프 ≫
퉁퉁 부은 얼굴로 토르가 나간다. 윤진명이 ‘토르의 전속계약해지서’ 서류를 철한다. 토르와 엇갈려 발두르가 들어온다. 곱게 생겼다. 생긴 거와는 딴판으로 입이 거칠다.
발두르 쪽팔리게 울고 지랄이야. (윤진명을 향해 서류를 집어던진다) 씨발. 안 될 거 같으면 왜 뽑았어? 지들이 뽑아놓고 이렇게 하면 뜬다고 뽐뿌질 할 때는 언제고 안 되니까 관두래. 병신새끼들, 잘되면 지들이 잘해서 잘된 거고 안 되면 우리가 못나서 안 된 거구. 개새끼들. 이럴 거면 진즉 자르든가. 그 시간에 노가다라도 뛰었어봐.
윤진명 (비속어마다 삑삑이 난무하지만, 역시나 표정 변화 없다. 발두르를 바라본다) …
발두르 (의자를 걷어찬다) 씨발아, 뭘 봐!! 확 불질러버릴라. 에이, 개새끼들, 폭망해라.
쾅! 문이 부서져라 닫힌다. 윤진명이 바닥에 떨어진 서류를 집어 철한다. 우르가 들어온다. 맞은편에 앉더니 다리를 꼰다. 이 아이는 되게 쿨하다.
우르 (서류를 툭 던진다) 사인 제대로 한 거 맞죠?
윤진명 (서류를 쭈욱 훑는다) …
우르 (쿨하다) 차라리 잘됐어요. 누가 봐도 안 되는 거 붙잡고 있어봤자 뭐 해요?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가고. 이제 와서 얘기지만 아스가르드가 뭐야? 아스가르드! 쪽팔리게. 토르, 발두르, 헤임달… 아우, 쪽팔려. 안 뜬 게 다행이지. 자칫 떴어봐? 어쩌다 유럽 진출이라도 했다간… 아우, 쪽팔려. 아우, 창피해. (낄낄 웃으며 나간다) 아스가르드 좋아하네. 웬만해야지.
윤진명 (서류 철한다) …
노크 소리.
윤진명 예.
티르 (들어오자마자 90도 각도로 인사한다) 안녕하십니까?
윤진명 (마주 인사한다) …
티르 (두 손으로 서류를 전달한다) 이거…
윤진명 (두 손으로 받는다) …
티르 (맞은편 자리에 앉는다) …
윤진명 됐습니다.
티르 예… (일어나지 않는다)
윤진명 (당황스럽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티르 예… 힘드시죠?
윤진명 예?
티르 우리가 좀 더 잘했으면 이런 일 없었을 텐데… 다 저희 탓이에요.
윤진명 아, 그건…
티르 데뷔 무대에서 실수만 안 했어도… (자기 머리를 쿵쿵 때린다) 바보, 바보, 바보…
윤진명 저기…
티르 그동안 회사에서 정말 많이 밀어줬는데… 죄송합니다. (일어나서 인사한다) …
윤진명 (괴롭다. 마주 일어나서 인사한다) …
티르 수고하세요. 죄송합니다.
티르가 끝까지 인사하며 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나간다. 이제까지 어떤 멤버보다도 힘이 들다. 윤진명이 물을 마신다. 마음을 다잡고 문을 바라본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윤진명 (핸드폰을 꺼내 아스가르드 매니저에게 전화한다) 이실장님! 경영지원팀 윤진명인데요. 헤임달이 아직 안 와서요. …(듣다가) 예, 그럼 연락 되면 저한테 전화 달라고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는다. 숨을 크게 쉰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6회, 나는 세상의 중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