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합동참모의장, 공군참모총장 추천!
“어떻게 하면 조종사가 될 수 있나요?”
“공군 조종사는 어떤 일을 하나요?”
하늘을 꿈꾸는 친구들에게 들려주는 공군 조종사 이야기!
『알고 싶어요, 공군 조종사』는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훌륭한 지침서가 되어줄 직업 멘토링 참고 도서로, 전투 조종사라고도 불리는 공군 조종사의 모든 것을 담았다. 많은 어린이들이 조종사를 꿈꾸지만, 조종사의 실제 삶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공군 조종사는 영공을 감시하거나, 전쟁에 대비해 훈련하고, 전쟁이 일어날 경우 공중에서 전투를 한다는 점에서 다른 조종사와 차별화된다. ‘극한 직업’으로 알려진 공군 조종사는 보통 시속 700km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며 여러 공중 기동을 하는데,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한다. 높은 고도에서의 저기압과 산소 부족, 혈관이 터질 정도의 중력 가속도, 위급 상황에서의 비상 탈출 등이다. 때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대한민국의 영주권을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가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알고 싶어요, 공군 조종사』는 공군 조종사가 하는 일, 공군 조종사가 되는 방법, 공군 조종사의 역할과 실제 삶, 대한민국 공군의 역사부터 6.25 전쟁 속 시련과 극복, 해외 파병과 공군의 발전, 그리고 현재 항공 우주 산업을 선도하는 항공 선진국으로 거듭나기까지 공군의 발자취를 속속들이 기록했다.
누구보다 강하게, 누구보다 빠르게 하늘을 나는 보라매!
진녹색 조종복에 빨간 마후라를 맨 공군 조종사의 모든 것
하늘을 누비는 나라가 세계의 역군이 된다!
우리 생활에 파고들어 있는 일상적인 기술들의 상당수는 알고 보면 우주 항공 기술에서 왔다. 우주선이 발사될 때의 충격 흡수를 위한 패딩이 메모리폼과 매트리스 기술의 원천이 되었고, 항공기의 무게를 줄이려고 개발한 탄소섬유가 골프채나 자전거에 이용되고 있는 등이다. 최근 주목받는 자율주행 차와 드론 역시 항공 우주 기술에서 출발했다. 항공 우주 산업은 전투기와 수송기, 정찰기뿐 아니라 인공위성, 우주 비행 등의 최첨단 기술 분야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 산업을 이끌고 있는 항공 우주 산업의 역군들은 바로 조종사, 정비사, 관제사, 항공기 제작자 등 비행기에 관계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다. 그 중에서도 공군 조종사들은 대한민국 영공과 국민의 생명을 수호한다는 특별한 사명감을 갖고 비행에 임하며, 단순한 비행뿐 아니라 적의 침략에 대비한 전투 기동과 어떤 조종사보다도 뛰어난 특수 조종술, 전문가 수준의 항공 지식을 갖추고 있다. 『알고 싶어요, 공군 조종사』는 조종사를 꿈꾸는 어린이에게도, 다른 꿈을 가진 어린이에게도 하늘이라는 새롭고 낯선 공간이자, 끝없이 열린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을 채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 책 속에서
“이제부터 너와 나는 하늘로 날아올라 한 마리의 무서운 독수리가 되는 거야. 이제 그 어떤 적들도 우리의 하늘과 땅, 바다를 넘볼 수 없도록 철통같이 지켜 내는 거야, 알겠어?”
김 소령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용기와 자신감이 넘쳤어요.
부르릉! 드디어 시동이 걸렸어요. 전투기는 곧 왱! 하고 천둥과 같은 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그 소리가 얼마나 큰지 옆 사람의 말소리조차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였어요.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벌써 내 귀청이 떨어질 것 같으니 말이야.”
“하지만 저렇게 강한 힘을 가진 녀석이면 뭐해? 혼자서는 날지 못하는 걸. 저 강철 독수리보다 저 녀석과 한 몸이 되어 날아다니는 김 소령님이 더 대단하지.”
이제 막 움직이려는 전투기를 바라보던 정비사님들이 귀를 막으며 소리쳤어요. 그러고는 잘 다녀오라고 김 소령님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어요. 김 소령님도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오겠다고 엄지손가락을 척! 치켜세웠어요.
전투기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곧 지상 관제소와 무선 통신을 시작했어요.
“그라운드! 여기는 보라매 원! 활주로로 나가겠다!”
“여기는 그라운드! 보라매 원, 지상 활주를 허가한다!”
“라저!”
관제소의 허가가 떨어지자 김 소령님이 탄 전투기가 점점 빠르게 움직이며 나아갔어요. 그러고는 곧 하늘로 솟아오르기 위해 출발 지점에 멈춰 섰어요.
김 소령님이 이번에는 활주로 한쪽에 솟아 있는 높은 관제탑을 불렀어요.
“타워! 보라매 원! 이륙 허가를 요청한다!”
“여기는 타워! 보라매 원, 이륙을 허가한다!”
“라저.”
관제탑의 허가가 떨어지자 출발 지점에서 대기하던 전투기가 유도등이 환하게 켜진 활주로를 따라 총알처럼 튕겨 나갔어요. 그러고는 꼬리에서 푸른 불기둥을 내뿜으며 온 힘을 다해 활주로를 박차고 떠올랐어요. 쌔애앵! 드디어 우리의 하늘을 지키는 보라매의 비행이 시작되었어요.
23-25p
그런데 갑자기 방향을 틀 때였어요. 순식간에 팰콘 편대장님의 정신이 흐려졌어요. 눈앞이 가물가물해지고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온몸이 무거워졌어요. 아주 심한 중력 가속도 때문이었어요. 몸에 이상을 느낀 팰콘 편대장님은 중력 가속도를 견뎌 내는 특별한 호흡법을 시작했어요.
“읍, 으읍! 읍!”
아랫배와 다리에 힘을 주며 깊은숨을 토해 냈어요. 그 순간 허리와 다리에 겹쳐 입은 G 슈트도 부풀어 올라 더 이상 피가 아래로 쏠리지 않도록 도와주었어요. 다행히 팰콘 편대장님의 정신이 다시 맑아졌어요.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은 그렇게 중력 가속도를 견디며 한참 동안 작전을 벌였어요.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렀어요. 성난 매가 되어 하늘을 누비던 전투기들이 평화롭게 하늘을 날기 시작했어요. 드디어 작전이 끝난 거예요. 전투기들은 이제 순한 새가 되어 날개를 접고 차례로 땅으로 내려오기 시작했어요.
전투기가 하나둘 활주로에 사뿐히 멈춰 서자, 전투기의 캐노피가 열리고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전투기에서 내려와 헬멧을 벗은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의 얼굴은 온통 땀범벅이었어요. 코와 뺨에는 산소마스크 자국이 짙게 나 있고, 중력 가속도를 견뎌 내기 위해 하늘에서 얼마나 몸부림을 쳤던지 팔과 허벅지의 실핏줄도 터져 있었어요.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내 몸이 세탁기 안을 돌다 나온 젖은 빨랫감 같아.”
“맞아. 온몸에서 모든 게 다 빠져나간 것 같다고. 하지만 그래도 비행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
“잠시 숨을 돌리고 하늘에서 우리 국토를 내려다보는 순간 정말 눈물이 날 뻔했어. 내가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강산을 지키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모두 피곤함에 지친 몸이었지만 팰콘 편대장님과 부하 조종사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흘러넘쳤어요. 나라를 지키기 위해 비행을 마치고 돌아오면 언제나 뿌듯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55-58p
그런데 이렇게 하늘에서 적과 맞서야 하는 전투 조종사는 적과 싸우기 전에 먼저 자신과 싸워야 해요. 비행 중 조종사의 몸에 닥치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을 이겨 내야 해요. 적과의 싸움은 그다음 문제랍니다.
전투기는 기종마다 성능이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시속 700킬로미터 이상의 속도로 날아다녀요. 고속도로를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의 7배나 되는 속도지요. 공군 조종사는 이렇게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며 여러 가지 공중 기동을 해내요. 반듯하게 날아가다가 오른쪽 또는 왼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선회 비행을 하기도 하고, 위로 올라갔다가 아래로 내려가는 상승 강하 비행, 비행하는 도중 갑자기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증속 감속 비행 등 몹시 어렵고 힘든 비행을 해내지요.
이때 공군 조종사는 신체적으로 많은 것을 견뎌야 해요. 소리의 속도보다 더 빠른 비행기로, 마하 1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다니는 초음속 전투기의 빠른 속도, 높은 고도에서의 낮은 기압과 산소 부족, 그리고 3차원 공간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할 때 발생하는 중력 가속도 등 신체적인 한계를 모두 이겨 내야 하지요. 또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여 항공기를 조종할 수 없다면 항공기로부터 비상 탈출도 시도해야 해요. 공군 조종사들이 비행할 때 반드시 착용하는 조종복과 비행 장비들이 이렇게 조종사가 비행 중에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위험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들이에요.
먼저, 조종복은 조종사들의 신체 기능을 높여서 하늘에서 맡은 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옷이에요. 비행 중의 조종사는 모든 일을 혼자 해내야 해요. 조종간을 다루며 적기가 나타나면 공격이나 방어를 하고,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생기면 전투기로부터 탈출을 시도해야 하지요.
59-60p
다음으로 공군 조종사는 비행 중 생기는 중력 가속도를 이겨 내기 위해서 조종복 위에 G 슈트라는 장비를 착용해요. 비행기가 빠르게 앞으로 날아가다가 급하게 좌우로 방향을 틀게 되면 원심력 때문에 엄청난 중력 가속도가 생겨요. 그 중력 가속도를 이겨 내기 위해 입는 옷이 바로 G 슈트지요.
사람은 누구나 ‘1G’의 중력의 힘을 받고 살아가요. G는 영어 ‘Gravity’에서 따온 글자로 중력을 표시하는 단위인데, 몸무게가 20킬로그램인 어린이나 100킬로그램의 아주 뚱뚱한 어른이나 모두 땅 위에서는 1G의 중력만을 받지요.
하지만 비행 중에는 중력의 힘이 달라져요. 사람이 평소에 받게 되는 중력의 4배에서 9배까지의 힘을 받게 되어요. 여러 가지 공중 기동에 따라 보통 4G에서 9G의 중력 가속도가 발생해요. 공군 조종사들은 그 중력을 모두 참아 내야 하는데 그것을 견디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G 슈트’랍니다.
G 슈트는 비행 중 중력 가속도가 심하게 발생하면 부풀어 올라 조종사의 몸에서 혈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요.
비행 중 가속도로 인해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게 되면 뇌의 혈액 공급이 끊어져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거나 순식간에 정신을 잃기 쉬워요. 비행 중 조종사가 의식을 잃는다면 아주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겠지요. G 슈트는 이렇게 중력 가속도 때문에 조종사가 위험에 빠지는 것을 막아 주는 아주 중요한 장비예요.
그 밖에 공군 조종사는 낙하산과 구명조끼 같은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도 갖춰요. 날아다니던 전투기가 더는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위기에 빠져 추락할 때 조종사들은 전투기로부터 비상 탈출을 시도해요. 낙하산과 구명조끼는 이렇게 조종사가 공중에서 탈출하거나 바다로 떨어질 때를 대비한 장비예요. 조종사의 생명을 지키는 데 꼭 필요한 최후의 생명 줄이나 마찬가지이지요.
63-65p
항공기 조종사에는 군 조종사, 운송용 조종사, 사업용 조종사, 자가용 조종사 등이 있어요. 조종사는 비행기의 종류나 하는 일에 따라 여러 분야로 나누어져요. 이처럼 여러 방면에서 일하고 있는 조종사 가운데서도 공군 조종사는 최고의 비행 실력과 비행 경력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최고 조종사로 인정받는 공군 조종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서 공군 조종사가 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어요. 그 가운데 첫 번째는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하는 거예요. 공군 조종사가 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지요. 공군사관학교는 현재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고 있는 공군 조종사를 가장 많이 배출해 낸 교육 기관이에요.
공군사관학교에 입교해 4년 동안 학업과 훈련을 마치게 되면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려요. 졸업과 동시에 공군 장교가 되어 비행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지요. 그런데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공군사관학교에 진학한다고 해서 무조건 조종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정밀 신체검사 등 여러 가지 평가를 통해 비행 훈련이 가능한 조종 학생으로 선정되어야만 비행 교육을 받을 수 있답니다.
그러나 조종사가 되기 위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어요. 공군사관학교에는 조종사가 아니더라도 항공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할 기회가 다양하게 열려 있어요.
다음으로 공군 조종사가 되는 두 번째 길은 학군 사관후보생(ROTC) 과정을 밟는 거예요. 이 제도는 우수한 대학생을 선발한 뒤, 2년 동안 군사 지식을 쌓게 하고 군사 훈련을 받게 하여 졸업과 동시에 장교로 임관하는 제도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군 학군 장교 과정을 밟을 수 있는 곳은 한국항공 대학교와 한서대학교, 그리고 한국교통대학교예요. 이곳에서 1, 2학년 재학 중 학군 장교 과정에 지원해 선발되면 학업과 군사 훈련을 함께해 나가는 학군 단원으로 생활하게 돼요. 선발된 학군 단원에게는 육군이나 해군의 학군 장교 과정처럼 전액 장학금을 받는 혜택도 주어져요. 학군 단원은 졸업과 동시에 공군 소위로 임관하게 되며, 이 가운데 항공 운항과 출신들에게는 비행 훈련을 받을 기회가 주어지지요.
마지막으로 공군 조종사가 될 수 있는 세 번째 방법은 공군 조종 장학생이 되는 것이에요. 이 제도는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조종사 양성 과정으로, 4년제 대학의 1학년부터 3학년 학생까지 지원할 수 있어요. 공군 조종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선발 이후부터 졸업할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돼요. 졸업하면 15주 동안의 학군 사관후보생 훈련을 받고 소위로 임관하게 되며, 비행 훈련을 받을 기회를 얻게 되지요.
122-123p
1950년 6월 25일,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났어요. 갑자기 나라가 위기에 처하자 공군 조종사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쟁 에 뛰어들었어요.
그때 우리 공군은 창설된 지 겨우 9개월밖에 안 되었어요. 아직 전쟁을 치르기에는 전력이 걸음마 단계였지요. 공군 조종사들은 L-4, L-5, T-6 같은 경비행기를 타고 북한의 대공포 탄 사이를 날아다녔어요. 북한군의 탱크나 차량이 나타나면 조종석 뒷자리에 앉은 관측사가 적을 향해 맨손으로 폭탄을 던졌어요. 정말 눈물겨운 싸움을 벌여야 했지요.
6·25 전쟁이 일어났을 당시, 우리 공군에는 훈련 비행기와 정찰기 같은 경비행기 22대가 전부였어요. 북한의 탱크를 파괴할 만한 전투기는 한 대 도 없었어요.
조종사도 모두 합쳐야 100여 명 정도에 불과했어요. 북한군을 막아 내 기에는 아주 부족한 인원이었지요. 우리 공군은 어쩔 수 없이 미군의 도 움을 받기로 했어요. 그리고 미군으로부터 북한의 전차를 막아 낼 수 있는 ‘머스탱’이라는 전투기 10대를 지원받게 되었어요.
1950년 6월 26일, 10명의 한국 공군 조종사가 이 미군의 전투기를 인수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갔어요. 머스탱 전투기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조종사들이 이 전투기를 조종해 다시 한국으로 날아온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공군 조종사들은 30분 정도의 비행 훈련만을 받고 전투기를 조종하여 한국으로 날아왔어요. 하루바삐 조국을 구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목숨을 건 비행을 했지요.
우리 공군 조종사들은 1950년 7월 3일부터 이 머스탱 전투기에 태극 마크를 달고 출격에 나섰어요. 전투기를 다루는 것도 낯설고, 전투 경험도 부족했지만, 머스탱을 지원한 미 공군과 합동 작전을 벌이면서 많은 전과를 올리기 시작했어요. 적의 후방을 공격하기도 하고, 적의 보급로를 차단하는 작전도 벌였어요. 그리고 점점 독자적으로 작전을 펼칠 힘도 키워 나갔지요.
161-163p
추락하는 비행기를 바라보던 마을 주민이 소리쳤어요.
정말 이상한 일이었어요. 비행기는 마치 하늘에서 마을을 향해 달려들 기세로 추락하더니 공중에서 갑자기 마을 외딴곳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이었어요. “아휴, 마을을 벗어나다니 천만다행이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던 마을 주민들이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그런데 곤두박질치던 비행기가 중간에 방향을 돌리다니…….”
몇몇 주민들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비행기가 그렇게 방향을 돌린 몇 초 뒤 덕흥 마을 근처 미나리 밭에서는 쿵! 하고 큰 소리가 들렸어요. 바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소리였어요.
그날 추락한 비행기 조종사는 이상희 대위님이었어요. 이상희 대위님은 비행 훈련을 받던 학생 조종사로, 그 순간 안타깝게도 순직하셨어요.
사고가 나기 바로 전, 이상희 대위님은 정식 조종사가 되기 위해 마지막으로 비행 훈련을 받고 있었어요. 교관 조종사의 지도를 받으며 공중 사격 비행 실습을 무사히 해냈어요. 그러고는 활주로에 착륙하려고 공중에서 대기하던 중 갑자기 사고가 일어났어요. 이상희 대위님이 타고 있던 훈련기와 교관 조종사가 타고 있던 훈련기가 부딪치고 만 거예요.
공중에서 충돌한 2대의 비행기는 더 이상 날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했어요. 교관 조종사는 어쩔 수 없이 비상 탈출을 시도했어요. 하늘을 날던 비행기에 이상이 생기면 조종사는 비상 탈출용 버튼을 눌러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 정상이었어요.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대위님이 탄 훈련기에서는 바로 비상 탈출이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이 대위님은 그대로 비행기와 함께 추락하고 말았어요.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나중에 사고 훈련기에서 블랙박스가 발견되었어요. 블랙박스에는 추락하던 순간의 이 대위님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어요.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앗! 앞에 마을이 보인다. 탈출 불가…….”
이상희 대위님은 마을 가운데로 향하는 비행기 머리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 탈출을 포기한 것이었어요.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마을에 있을 주민들을 먼저 생각했던 거예요.
이 사실을 전해 들은 마을 주민들은 추락하던 비행기가 공중에서 왜 갑자기 머리를 돌렸는지 이해하게 되었어요. 이 대위님이 훈련기의 방향을 돌리는 바람에 큰 화를 면하게 된 것도 알게 되었지요. 그래서 그해 12월 31일 마을 사람들은 이상희 대위님이 훈련기와 함께 추락한 곳에 기념비를 세웠어요. 이상희 대위님의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서였어요. 기념비가 세워진 그곳은 상희 공원이라 불리고 있는데, 고 이상희 대위님의 고귀한 넋을 기리기 위해 지금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답니다.
172-17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