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세상의 구원자인가 실패한 혁명가인가!”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
우리는 왜 그리고 어떻게
마르틴 루터와 종교개혁을 기억해야 하는가?
◎ 도서 소개
서울대 서양사학과 박흥식 교수,
종교의 영역을 넘어선 통합적 시각으로 루터의 개혁을 재평가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전 유럽을 개혁의 열기로 들썩이게 한 주인공, 마르틴 루터를 재평가한 도서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21세기북스)가 출간되었다. 서울대 서양사학과에서 ‘서양 중세사’ ‘기독교와 유럽문명’ 등의 강의를 해왔으며, 종교개혁기 교회와 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박흥식 교수가 집필한 첫 대중서인 이 책은 역사학자의 균형 잡힌 시각과 종교의 영역을 넘어선 통합적 해석으로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짚는다.
500주년을 기념하는 도서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이 책의 차별성은 종교개혁과 루터의 업적만을 칭송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루터의 개혁이 완성작이 아닌 이유를 짚어내고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보완하여 개혁의 정신을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루터가 이뤄낸 빛나는 업적뿐만 아니라 교회의 분열, 농민전쟁과 반유대주의 등 그의 잘못과 한계까지 균형 있게 다루고 있다. 루터와 개혁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종교개혁이 단순한 신학적 발견이 아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을 결정지은 사건이자 인류에게 커다란 과제를 남긴 사건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 출판사 서평
“루터와 종교개혁은 우리 사회를 비춰 보는 거울이다.”
500년 전 루터가 21세기 대한민국에 던지는 메시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사상의 발상지인 독일을 비롯한 전 유럽이 떠들썩하다. 국내에서도 서울 강남의 한 도로명을 종교개혁자 존 칼빈의 이름을 딴 ‘칼빈로’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고, 고가의 기념메달이 발매되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과연 이런 움직임들이 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일까?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종교개혁이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하기까지 루터의 업적을 대표하는 사건들과 개혁을 가능케 한 시대적 요건, 나아가 루터의 성공과 실패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책이다. 저자인 서울대 박흥식 교수는 “루터와 종교개혁은 21세기 한국 사회를 비춰 보는 거울”이라고 말한다. 역사적인 시점을 맞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기념행사가 아닌, 당대의 시대적 맥락에서 루터의 개혁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그가 남긴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파악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를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1517년 10월 31일, 독일 작은 도시의 젊은 수도사였던 루터는 교회의 면벌부 판매 관행을 비판하는 95개조 논제를 발표했다. 이 사건은 종교개혁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혁을 촉발시켰다. 종교개혁은 유럽의 중세에 마침표를 찍고 근대의 문을 연 열쇠가 된 사건으로, 종교사의 관점에서만 유의미한 사건이 아닌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계를 결정지은 개혁이다. 루터는 교황과 황제에 맞서 저항했으며, 민중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는 등 종교개혁사상을 전파하는 데 자신의 온 삶을 바쳤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종교개혁과 루터에 대한 평가가 동일시신성시되거나, 교회사가들의 제한된 관심 때문에 루터의 성취에만 도취되어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저자는 루터를 일컬어 “헌신적인 개혁가였지만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목표는 성공신화 속에 갇힌 루터를 현실의 경계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수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루터는 결정적으로 시대정신에 소홀했으며, 공동체가 중심이 되는 종교개혁을 배반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개혁의 과제를 끝내 완수하지 못했다. 이렇듯 루터가 당면했지만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추적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내다보는 책이다.
종교개혁의 시작과 전개부터 루터의 개혁이 드리운 그늘까지,
루터는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겼는가
루터와 종교개혁에 관한 자료의 홍수 속에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루터에 대한 더 많은 지식이 아닌 그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이다. 종교개혁은 신학적인 발견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사건이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다른 개혁가들과 달리 루터만이 전 유럽을 뒤흔들 수 있었던 원인이 무엇인지 포괄적인 역사적 접근으로 평가한다.
1부 ‘종교개혁의 발단과 루터의 투쟁’에서는 루터가 95개조 논제를 발표하면서 예기치 않게 종교개혁이 시작되어 거대한 운동으로 발전한 국면을 다룬다. 루터의 역할뿐만 아니라 인문주의자들, 도시민들 그리고 작센 선제후의 대응과 참여를 주목해서 살피고 있다.
2부 ‘개혁사상과 시대적 저항’에서는 루터 개혁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1520년대 전반, 그의 업적을 대표하는 주제들과 그것을 가능케 한 시대적 요건을 살펴본다. 루터의 종교개혁사상, 보름스 제국의회에서의 신앙고백, 독일어 번역 성경의 탄생과 파장 그리고 개혁 사상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새로운 매체들의 활약을 통해 시대적 저항의 증거들을 확인할 수 있다.
3부 ‘위기와 돌파 그리고 루터의 유산’에서는 루터가 위기를 맞이하고 돌파하는 과정을 다룬다. 종교개혁의 발전 과정에서 어떤 위기가 왜 발생했는지,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루터의 선택과 판단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짚어보며 종교개혁 후반부의 변화를 추적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앞서 살펴본 종교개혁의 정신과 본질, 그것을 지키지 못한 루터의 실패를 바탕으로 오늘날의 교회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자문한다. 사회 구성원의 고통에 공감하고 성경을 기반으로 당대를 해석하고 높은 차원의 소통과 정치 능력을 키울 때 우리 사회는 새로운 개혁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종교 갈등이 첨예해지고 다종교 문화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루터에게서 오늘날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그리고 루터가 어떤 반면교사가 될 수 있는지를 짚어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루터와 종교개혁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서 나아가 오늘날의 우리가 루터의 개혁을 이어나가야 할 지점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는 역사적인 시점을 맞아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일은 무엇일까? 루터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갖추어 그것으로 현재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또 그의 긍정적인 모습만 선별적으로 기억해 자부심을 갖도록 조장하는 것도 일종의 역사왜곡이다. 루터를 당대의 시대적 맥락에서 균형 있게 이해하고, 그의 성취와 한계, 빛과 그림자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루터를 비롯한 종교개혁가들의 과오를 성찰하고 나아가 극복할 수 있을 때 위기에 처한 한국 교회가 새롭게 도약할 계기도 주어지리라고 생각한다. (22쪽)
의도하지 않게 바르트부르크에 은신하게 된 루터는 그곳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구현하는 위대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는 신자들이 성경을 직접 읽을 수 있도록 그들의 일상어로 옮김으로써 성경 해석의 독점권을 아래로부터 무너뜨리는 ‘종교혁명’을 가능케 했다. 루터는 독일어로는 성경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뜨리고 독일어의 고유한 언어적 특징을 잘 살린 우수한 번역을 완성하여 제화공이나 여성들도 성경에 대해 토론하는 문화의 기반을 닦았다. (120쪽)
농민전쟁은 루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노출시켰다. 루터는 결코 농민들의 봉기를 부추길 의도가 없었지만 그들은 루터가 불의에 대한 저항을 지지한다고 오해했다. 루터는 세속 정부에 대한 반란은 합법적인 권위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명백한 불의에 대해서조차 인내해야 한다고 했다. 종교개혁은 본질상 사회 변혁적 속성을 내포하고 있었으나, 루터는 제후나 귀족이 권력을 남용해 농민들을 피폐하게 만드는 현실에 대해서 무관심했다. 그는 종교개혁이 사회적·정치적 성격으로 발전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려 했다. 농민전쟁을 계기로 농민과 수공업자들은 개혁운동으로부터 소원해졌고, 종교개혁의 대중운동의 발전 가능성도 제한되었다. (170쪽)
공평과 정의의 관점에서 볼 때, 현실에서 고통받고 있던 사회적 약자들에 대해 눈을 감고, 다수의 농민들을 희생시켜 얻은 성취를 과연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루터는 대다수의 농민을 배제한 채 제후들의 아량에 기대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 노력했다. 그 결과에 후대에게 권위주의적 유산을 물려주었다. 루터의 선택과 돌파는 이른바 ‘성공의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185쪽)
루터는 사실상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종교개혁을 인도했다. 그리고 그것은 종교개혁에 대한 하나의 견해였을 따름이지, 종교개혁이 나아가야 할 유일한 길이 아니었다. 루터는 본래 성공을 염두에 두고 개혁을 시작했거나 교회에 저항한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점차 현실적 조건과 상황을 염두에 두고 성과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초심을 상실하고 길을 잃었다. 결국 루터의 개혁은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지만 미완으로 끝났다. 그는 복음과 시대정신에 더욱 투철해야만 했다. (243쪽)
오늘날 교회가 쇠락하고 역동성을 상실한 이유는 ‘그들’만을 위한 모임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복음의 시각에서 볼 때 존재 의의를 상실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교회는 다시 세상과 이웃을 위한 종교로 거듭나야 한다. 루터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거울이다. 그는 최선을 다한 개혁가였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한 전범은 아니다. 한국의 개신교회는 루터가 유산으로 남겨준 빛과 그림자를 잘 분별하고, 새로이 미완의 종교개혁을 이어가야 한다. (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