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운의 최고치를 찍은 열일곱의 어느 날
남자친구와 좋아하는 사람이 동시에 생겨버렸다
입학식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대범하게 담을 타고 땡땡이 칠 생각은 전혀 없는, 우등생은 아니지만 말썽 피울 리 없는 반듯하고 착한 순진한 설영은 대범하게 입학식에 땡땡이를 감행하는 간 큰 남학생 두 명을 목격한다. 한 명은, 짝사랑 상대인 윤재 그리고 다른 한 명은 윤재의 절친인 태성이다.
고등학생이 된 이후로 윤재에게 변변한 인사조차 못했던 설영은 그 둘과 점점 가까워져 가고, 불량배의 시비와 바닷가로 땡땡이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겪으며 점점 친한 사이가 된다.
“너 머리에 혹 났어.”
“아파 죽겠다.”
태성의 머리를 만져보니 자그맣게 혹이 난 게 느껴졌다. 설영을 보호하기 위해 몸부림 친 결과랄까.
“그냥 나 맞게 하지, 왜 그렇게 까지 했어?! 미안해 죽겠잖아!”
“맞는 거 싫어한다며?”
“아니, 내 말은…!”
“어쨌든 지켜줬잖아?”
“무슨 말을 못하겠네! 다음부턴 그러지 마! 다치는 거 별로야!”
“나도 너 다치는 거 별로야.”
“야!”
“운동화 끈이나 묶어라. 나중에 넘어져서 울지나 말고.”
아픈 머리를 문지르며 무심하게 말을 던졌지만, 그 속엔 소녀에 대한 애정 섞인 걱정이 서려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소녀에게도 전해졌다.
조금씩,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