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자신을 곯려먹기 위해 태어난 오빠의 장난 외에는 순하고 얌전한 인생을 살아왔던 설영이에게 윤재와 태성이는 끌리게 되고, 서로 상대가 설영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결국 윤재가 먼저 고백을 강행하게 된다.
모든 여자애들이 꿈꿔왔던 잘생기고, 공부도 잘하고, 심지어 다정한! 윤재가 자신에게 고백을 하자 3년간의 짝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설영은 사귀기로 승낙한다. 마음이 어느덧 태성에게 간 줄도 모르고....
|본문
“…기다리지 마. 미안해. 내가 태성이를 늦게 인정해서, 너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거야.”
“….”
“…나를 평생 미워하고, 용서하지 마.”
가혹한 소녀. 네 말처럼 너를 미워하고, 평생 저주할 수 있다면 고민 없이 너를 보내줄 수 있지 않았을까. 미련하게도 난 그게 안 되니까, 네가 그렇게 나와도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아니, 내 뜻은 변함없어, 이설영.”
“…제발.”
“그렇게 부탁해도, 빌어도 소용없어.”
“….”
“이럴 거면 그때 내 고백 왜 받아줬어? 그 이후로 널 더 사랑하게 되었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너를 어떻게 놓아달라는 거야.”
이제는 그가 애원한다. 가지 말라고, 소녀를 붙잡는다. 난 아직도 분수대 앞에서 너에게 고백한 그날을 생생히 기억하는데. 불빛에 빛나던 너의 모습도 바로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그려지는데. 그때와 같이 내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이제는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너를 많이 사랑하게 되었는데.
“날 받아준 너의 잘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