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5초 매진 화제작!
〈오로라 공주〉〈용의자X〉〈집으로 가는 길〉에 이은 방은진 감독의 네 번째 세계
시나리오부터 콘티, 감독 일기까지, 영화 탄생의 모든 것
“오로지 진실할 뿐이다. 거짓을 말할 때조차도.” _ 알 파치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방은진 감독의 네 번째 작품 〈메소드〉. 시나리오부터 콘티, 감독 일기까지 영화 〈메소드〉의 모든 것이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됐다. 배우이자 연출가인 방은진 감독이 “언젠가 꼭 한번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메소드〉는 배역에 극도로 몰입하는 두 인물을 통해 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인지 고민을 던져주는 동시에, 예술의 본질과 인간 내면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섬세한 디렉팅의 시나리오, 치열하고도 따뜻한 감독 일기, 배우와 시나리오 작가의 진솔한 말, 냉철한 평론, 상세한 콘티를 한 권에 담아 한 편의 영화가 나오기까지의 전 과정을 엿볼 수 있다.
◎ 도서 소개
광기가 돼버린 욕망이라는 이름의 메소드
- 현실과 연기 사이, 경계에 선 배우를 말하다
“무대 위에서는 약속을 해야 돼. 약속이 왜 중요하냐. 자유롭기 위해서지.”
관객이 배우의 연기에 격찬을 보낼 때 기본 전제는 배우가 실제 어떤 사람인지 떠올릴 수 없을 만큼 몰입도 높은 열연을 펼쳤을 때다. 이렇게 캐릭터와 배우가 동일하게 느껴질 정도의 열연을 ‘메소드’라고 하며, 그런 배우를 ‘메소드 배우’라고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대중은 배우가 메소드 연기를 할수록 그의 실제 삶에 더욱 열광한다. 영화 〈메소드〉는 바로 현실과 연기 사이의 경계선에 선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정통파 메소드 연기로 명망 높은 연극배우 ‘재하’(박성웅)와 세상만사에 시큰둥한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가 갈등을 일으키며 시작된다.
베테랑 선배와 철부지 후배. 보통 영화였다면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하늘 같은 선배가 새파란 후배에게 깊은 영감을 주는 식으로 진행되겠지만 〈메소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바로 극중극 〈언체인〉에서 동성 연인으로 열연하는 두 배우 사이에 미묘하고도 위태로운 감정이 싹트는 것. 그리고 이 두 사람을 바라보는 재하의 오랜 연인 ‘희원’(윤승아)의 시선이 시종 관객과 함께하는 것.
‘배우에게 연기란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시작된 영화가 삼각 멜로로 확장되면서 극적 긴장감을 유발하고, 관객은 어떤 인물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이 영화를 배우 이야기, 사랑 이야기, 인간의 내면 이야기 등으로 다양하게 규정지을 수 있다. 물론 이 영화는 이화정 평론가의 말대로 분명 “연기라는 소재를 통해 예술의 본질”(190쪽)을 말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영화란 관객에게 전달되는 순간 천 갈래로 해석되게 마련이고, 시나리오 작가 민예지가 대본 작업 초반에, “누구의 어떤 감정을 붙잡아야 할지 모르”(178쪽)겠어서 괴로워했던 시간은 오히려 관객이 다양한 각도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줬다.
탄탄한 시나리오, 섬세한 연출력의 정수
- 배우를 통해 예술의 본질과 인간의 내면을 포착하다
“무대 위에서의 내가 나인가? 과연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
〈메소드〉가 배우에 관한 영화로서 처음은 아니다. 예술가의 광기를 다룬 영화도 이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그럼에도 〈메소드〉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방은진 감독의 필모그래피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이화정 평론가 말처럼 방은진 감독은 연출가 세계에서 소수자인 여성, 배우 출신이라는 이중 허들을 넘어 어엿한 장편을 네 편이나 완성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충무로에서 ‘없던 케이스’였던 것이다. 동시에 앞선 세 작품 〈오로라 공주〉(2005), 〈용의자X〉(2012), 〈집으로 가는 길〉(2013)을 통해 오롯이 감독으로 인정받은 뒤에야 비로소 “꼭 한번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배우에 관한 영화를 들고 나왔다는 점에서 결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선택이었다. 소설가가 쓰는 작가 이야기, 가수가 노래하는 음악 이야기는 ‘군대 가서 족구 한 얘기’만큼이나 일반 대중에게 식상하다. 대중은 의외성에 열광하는 존재 아닌가. 배우가 무슨 감독을 하겠느냐는 섣부른 선입견 외에도 방은진은 ‘배우가 말하는 (식상한) 배우 이야기’라는 선입견을 무릅쓰기까지 무려 12년이란 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배우 출신 감독이기에 피해왔던, 그러나 배우였기에 풀어낼 수 있었던 근원적 질문 “무대 위에서의 내가 나인가? 과연 나라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방은진만큼 탄탄한 시나리오와 섬세한 연출력으로 진솔하게 답을 내놓을 감독이 또 있을까.
시나리오, 감독 일기, 평론, 배우와 작가의 말, 콘티…
- 완벽, 그 이상을 담은 영화 에세이
“깨지 않는 긴 꿈을 꾼 것 같다.”
이 책이 여느 희곡집과 다른 점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전 과정을 담았다는 것이다. 섬세한 디렉팅의 시나리오, 치열하고도 따뜻한 감독 일기, 배역에 깊이 몰입한 배우들의 진솔한 인터뷰를 읽다보면 단순히 다양성 영화 중 하나로만 〈메소드〉를 정의하기 어려워진다. 더욱이 시놉시스에서 완고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위트 있게 풀어낸 시나리오 작가의 고백, 냉철하고 심도 있는 이화정과 백은하의 평론, 더없이 상세한 콘티까지 접하고 나면 〈메소드〉가 ‘메소더’라는 팬덤을 형성하며 관객의 마음을 끄는 이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방은진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상업 영화가 아니라 다양성 영화이다.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배우라는 직업을 말하면서도 연기의 치명적인 그늘을 말하고, 오랜 연인의 안정된 사랑, 새로운 연인과의 격정적 멜로를 그리면서도 모든 관계가 얼마나 쉽사리 깨질 수 있는지를 말한다. 누구나 짐작하면서도 외면하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독보적 연출로 보여주는 〈메소드〉의 모든 것이 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대단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 책 속에서
“재하는 오랫동안 메소드 연기를 해온 배우다. 애송이 같다고 무시하던 영우가 점점 인물에 빠져가는 모습에 감정이 움직였을 거다. 궁금하고, 낯설고, 빠져들고…. 그 감정의 변화를 상황에 맞게 표현하는 데 집중을 했다. 결국 나는 이 친구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계속 되뇌었지. 재하에게 영우는 어쩌면 나른한 봄날의 긴 꿈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 〈박성웅, 연기에 미치다〉, 158쪽
“재하가 연기에 빠져 흔들릴 때마다 곁에 있는 건 희원이지 않나. 깊은 슬픔 속에서도 희원은 두 남자가 느끼는 열병 같은 감정의 중심을 잡아주는 냉정한 역할을 맡아야만 했다. 어려운 과제였지만 잘 해내고 싶었다.”
- 〈윤승아, 진심을 더하다〉, 164쪽
“잘하고 싶었고 잘해야 했다. 절대 누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 영우라는 인물에 다가가기 위해 그의 마음을 여러 각도로 해석했고, 최선을 다해 영우를 모호하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처음에는 영우가 재하를 당연히 유혹하는 것처럼 행동해야지 했는데, 그게 아니라 정말 사랑하는 건가? 사랑하는 척을 하는 건가? 영우의 행동에 질문을 던지게 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 … 충동적으로 행동하려고 했다.”
- 〈오승훈, 열정을 태우다〉, 169쪽
너무 이르고 짠하고 체력도 좋지 않은 시나리오를 급히 내어놓고, 아직 배 속에서 키워야 할 아기를 조산한 듯한 기분으로 이후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덜 큰 아기를 스태프분들이 어르고 보듬고 좋은 걸 먹이고, 배우분들이 그야말로 ‘메소드’ 연기로 살찌워 혈색이 돌게 만들어주신 것 같다.
- 민예지, 〈4월의 기억〉, 182쪽
〈메소드〉는 연기라는 소재를 통해 예술의 본질을 말하는 오롯이 상징의 세계이자, 오히려 두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은 무대의 원형적인 비극에 가깝다. 이렇게 방은진 감독의 연출 세계에서 일견 비죽 솟아나온 면면들은 오히려 〈메소드〉를 새롭게 하는 지점이자, 연출가 방은진의 새로운 전환으로도 해석된다.
- 이화정, 〈방은진의 예술 세계를 만나는 혹독한 시간〉, 190쪽
박성웅의 말대로 결국 배우란 “누가 더 미쳤을까 내기하는 직업”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은 욕망한다. 과연 나는 어떻게 네가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너를 완전하게 품고, 너에게 완전하게 소유될 수 있을까. 급기야 광기가 되어 버린 어떤 욕망이라는 이름의 메소드. 결국 메소드란 실패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시작되는 어떤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 백은하, 〈메소드란 이름의 욕망 메소드란 이름의 광기〉, 206쪽
결과만이 성과를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다. 과정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두의 노력을 간과하지 말자. 매 순간 우리에겐 황홀한 햇빛과 거세 된바람이 함께했다. 그야말로 인생의 편린이 아닌 가운데 토막을 관통했다. 영화 한 편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함께 작업한 창작자들 각자의 선택과 능력으로 더불어 격랑을 헤쳐온 것이기에 어떤 결과이든 겸허히 받아들이고 서로를 위로하거나 격려할 마음을 준비하면 된다.
- 방은진, 〈에필로그〉, 2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