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당신을 놓쳐버렸을까.”
2016년 칼데콧 대상 수상작가
소피 블래콜이 전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책
‘놓친 인연’에 대한 부질없는 희망이
따뜻하면서도 유머 있는 그림으로 재탄생하다!
“우린 눈이 마주쳤죠. 당신이 내 운명의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당신이 이 글을 읽을 것 같진 않지만, 읽는다면 커피 한잔 사고 싶어요.”
◎ 도서 소개
실낱같은 희망들이 모여 만들어진 웹페이지 ‘놓친 인연’
옛날 사람들은 혼자 담아두기 힘든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했을까. 병 속에 편지를 담아 바다에 띄우고 높은 곳에 올라가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리고 나무 밑동에 이름을 새기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큰 소리로 외치지 않았을지.
그렇다면 21세기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다 마주치는 ‘끌림’에 어떻게 대처할까. 상대에게 다가가 “저 이번 정거장에 내려요.”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갈까 말까 고민하는 그 사이에 맘에 들었던 상대방은 시야에서 사라진 지 오래다. 현대인들은 더 이상 병 속에 편지를 담지 않는다. 그들은 인터넷 바다 속 ‘놓친 인연(MIssed Connection)’에 접속해 글을 남긴다.
놓친 인연. 좀 더 능청스럽게, 좀 더 용기를 내서, 앞뒤 재지 말고 그냥 말할걸 왜 못 했나, 가슴 치며 후회하는 사람들의 소통 공간. 그중 한 사연은 이렇다.
당신은 기타를 들고 있었고, 난 파란색 모자를 쓰고 있었어요.
지하철 플랫폼에서 우린 눈이 마주쳤고 미소를 지었어요.
난 《뉴요커》지를 읽는 척했지만,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어요.
당신은 Q선을 탔고, 난 남아서 B선을 기다렸어요.
당신은 정말 멋졌어요. (22쪽)
일러스트레이터인 소피 블래콜은 ‘놓친 인연’ 사이트에 위와 같은 사연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녀는 사연들이 사라지기 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모으고, 그 사연들을 그림으로 그려 나가기 시작한다. 의뢰받은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하고 싶은 작업을 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 『그때 말할걸 그랬어』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침울한 뉴욕 지하철에 켜진 15와트짜리 희망 메시지!
소피 블래콜이 순전히 개인의 즐거움으로 시작한 ‘놓친 인연 그리기’는 생각지도 못한 인기를 불러왔다. 영어권이 아닌 지역의 사람들까지 그녀의 블로그를 방문해 글을 남기고, 자신들의 ‘놓친 인연’을 찾아 달라며 편지를 보내왔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놓친 인연에 열광하는 것일까. 소피 블래콜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다정하고 친근한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희망, 그를 통해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 ‘놓친 인연’에 글을 써서 올리며 갖는 희망이 실낱같을지언정, ‘당신이 이 메시지를 읽을 것 같진 않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나지 않을지언정, 메시지마다 15와트의 희미한 희망 전구가 달려 있다. (12쪽)
사람들은 그녀의 글과 그림을 보며, 자신들이 스쳐 보냈던 작은 인연의 반짝임에 주목하고, 그 인연이 다른 방향으로 싹을 틔웠더라면 달라졌을 인생에 대해 꿈꿔보기 시작한다. 이것이야말로 일상의 작은 선물 같은 행복인 셈이다.
칼데콧 대상 수상작가가 그림에 담아낸 설렘과 애틋함
소피 블래콜은 『위니를 찾아서』로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이 책은 2016년 칼데콧 대상을 수상했다. 섬세한 디테일과 고증이 그녀만의 부드러운 색채로 표현되는 스타일이 이 작품 『그때 말할걸 그랬어』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그녀의 그림을 통해 인연의 순간은 대도시의 아름다운 동화로 박제되어 보는 이들이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펴게 만든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만나게 될까? 어쩌면 그들이 실제로 만나서 해피엔딩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상의 매 순간 마주치는 무수한 갈림길들 속 ‘내가 가지 않은 길’이 남겨놓은 애틋함, 어쩌면 언젠가 그 누군가를 또 만나게 될 거라는 셀렘이 우리를 가슴 뛰게 하고 살게 하는 것이리라.
◎ 추천사
아름답고, 애석하며… 환상적인 작품!
_ 엘리자베스 길버트(『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저자)
그림이 천 개 단어의 가치를 지녔다고 한다면, 소피 블래콜은 당신이 반할 책들로 가득 찬 책방을 만들었다.
_ 아일린 베커먼(작가)
◎ 책 속에서
결국 한 사람과 가깝게 지내고 깊이 사랑하게 될 때 첫눈에 반한 사랑 따위는 나가떨어지기 마련이다. 입에 올리는 것조차 진부하지만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 따뜻한 차 한잔을 가져다주는 사람, 비 오는 날 밤 함께 끌어안고 영화를 볼 사람, 내가 도넛 반죽을 치대는 동안 오븐의 전원을 켜줄 사람이 생기는 것이 진짜 멋진 사랑이다. 내가 제대로 서서 속옷을 입지 못하게 될 때 옆에서 입혀줄 사람 말이다. 그런 사람을 일찍 찾아낸 사람도 있겠지만, 안 그런 사람은 두 번째 기회에 희망을 걸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런 희망은 아주 오래 지나서, 정말 한세월이 다 지난 후에야 간신히 우릴 찾아올지도 모른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선택을 하고 갈 길을 가는 우리는 중간에 네 갈래 길이 나오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처음 보는 사람과 교류하는 순간순간은 발을 들이지 않았을 길로 살짝 우회하는 것이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활력을, 인간애를 느끼는 때이며, 우리 자신보다 더 중요한 세계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19-20쪽)
토요일인 그날 저녁 아파트에서 열린 파티에서 당신과 난 곰 코스튬을 나눠 입었어요. 내가 전화번호를 물었을 때 쪽지에 적어주면서 왜 지역번호는 빼버린 건가요? 당신과 이야기하면서 정말 즐거웠는데… 난 운명을 믿지 않기 때문에 언젠가 엘리베이터에서 우연히 당신과 마주칠 거란 기대는 안 해요… (26쪽)
오늘 오후 열차가 강 밑을 지날 때 당신이 코피를 흘리기 시작했어요. 당신에게 손수건을 네준 여자가 나예요. 그럴 때 “미혼이신가요.”라고 묻는다면 실례였겠지만, 그때 내 머릿속은 당신이 ‘코피 터지게’ 근사하단 생각뿐이었어요. (36쪽)
기억나요? 업타운 A열차였어요. 부코스키의 『우체국』을 읽던 흑인 남자가 나예요. 당신은 신문의 ‘예술&여가’ 섹션을 읽고 있었죠. 그러다 좀 요란하게 방귀를 끼곤 키득거리더군요? 당신을 또 만나고 싶어요. 당신이 가스를 배출했다고 해서 당신에 대한 내 호감이 줄어들진 않았어요. (60쪽)
어젯밤엔 바람이 많이 불고 퍼붓다시피 비가 왔어요. 이스트빌리지에서 당신은 길을 찾던 중이었고 비에 젖어 추워 보였어요. 그래서 내 우산을 당신에게 건네줬는데 이를 어쩌죠, 내가 엉뚱한 길을 알려준 걸 이제야 알아차렸으니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 기분이 정말 착잡해요. 당신과 당신 친구들이 별 고생 없이 목적지까지 갔기를 바랄 뿐입니다. (88쪽)
날 용서해요. 당신이 떠난 후 그 빈자리가 얼마나 클지 난 상상도 못 했던 것 같아요.
뒤늦게 깨달았지만 코니아일랜드의 그 키스가 내 인생의 첫 키스이자 마지막 키스였어요.
사랑하는 내 친구, 아직 살아있나요?
그렇다면, 제발 답해줘요. 내 마음속엔 아직 당신이 있어요. 지금껏 당신을 잊은 적이 거의 없어요. (97쪽)
M열차에서 실크스크린을 들고 있던 여성분 보세요.
나 당신 쫓아가던 거 아니에요.
나도 그 동네에 살아요. (1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