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피니어스 T. 바넘(Phineas T. Barnum, 1810-1891)
1810년 미국 코네티컷주의 작은 마을 베설에서 태어났다. 장난과 농담을 좋아하는 외할아버지와 마을 주민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머리 쓰는 일은 좋아하되 육체노동은 몹시 싫어하는데다 고정적인 월급쟁이보다는 한 방을 노리는 모험적이고 투기적인 성향을 보였다. 19세에 채러티 홀릿과 결혼하고 20대 초반에는 자신의 기질에 맞게 직접 가게를 운영하면서 복권 판매를 겸하는 등 사업 수완을 발휘했다. 1834년에 가게를 팔고 뉴욕으로 이주했다. 고정급보다는 능력과 노력에 맞는 보상을 원하며 구직 활동을 펼치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1835년에 흥행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늙은 노예 조이스 헤스의 전시권을 사들여서 161세라고 대중에게 소개했다. 1836년 조이스 헤스가 죽자 실제 나이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지만 대중은 오히려 바넘의 편을 들었다. 순회 전시 공연인 ‘바넘의 대(大) 과학 및 음악 극장’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1837년부터 미국 경제 침체로 바넘에게도 시련이 찾아왔다.
1841년 우여곡절 끝에 스커더의 아메리카 박물관을 인수하여 바넘의 아메리카 박물관으로 명칭을 바꾸었다. 이 박물관은 건물 리모델링뿐 아니라 전시물과 공연 프로그램의 다각화로 뉴욕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바넘은 흥행사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각종 공연과 전시의 발판으로 아메리카 박물관을 활용했다. 1842년에 전시한 ‘피지 인어’는 바넘이 장차 펼치게 될 주요 조작극의 시발점이 된다. 찰스 스트래턴이라는 난쟁이를 ‘톰 섬 장군’이라는 예명으로 대중 앞에 선보인 후, 1844〜45년 톰 섬 장군과 함께 유럽 순회공연에 나섰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알현하는 등, 톰 섬 장군은 유럽의 여러 왕실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1850〜52년 톰 섬 장군과의 유럽 순회공연중에 ‘스웨덴의 나이팅게일’로 유럽에서 인기 절정에 오른 성악가 제니 린드의 소문을 듣고, 공연 1회당 1,500달러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제니 린드와의 미국 공연을 성사시켰다. 결국 제니 린드의 미국 공연은 대성공을 거두고 바넘은 흥행사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샴쌍둥이 창과 엥, 일명 ‘지프 더 핀헤드(Zip the Pinhead)’로 유명한 윌리엄 헨리 존슨, 여자 거인 앤 스완, 제2의 톰 섬인 너트 제독 등의 공연자들도 계속 발굴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1870년 60세의 바넘은 위스콘신 출신의 사업가 윌리엄 C. 쿠프와 함께 ‘바넘의 대(大) 이동 박물관, 동물원, 카라반&서커스’를 창단했다.
이 서커스단은 2017년 마지막 공연까지 146년 동안 서커스의 살아있는 역사로 군림했는데, 1881년에는 제임스 베일리와 제임스 L. 허친슨의 서커스단과 통합하여 ‘바넘&베일리 서커스’로 거듭났다. 바넘은 런던 동물원에서 구입한 아프리카산 코끼리 ‘점보’를 비롯해 이동동물원 때와 비슷한, 요컨대 곡예, 기형인 쇼, 톰 섬 장군 공연 등을 선보였다. 화재, 기차 사고 등 여러 곤경을 겪으면서도 바넘은 공연자들과 힘을 합쳐 서커스단을 운영해나갔다. 이후 바넘의 서커스단은 링링 브로스 서커스단에 매각되어 ‘링링 브로스와 바넘&베일리 서커스’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계속해나갔다.
바넘은 1865년 코네티컷주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브리지포트의 시장으로 1년간 재임하기도 했다. 노예제에 반대하고 흑인의 참정권을 옹호했다. 경제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서도 자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활용했다. 매사추세츠주 터프츠 대학의 박물관과 박물학부 건물을 짓는 데 오늘날 통화가치로 200만 달러를 쾌척한 것이 그런 예다.
1890년 뇌졸중을 일으키는 등 건강이 나빠지자 1891년 뉴욕의 《이브닝 선》지에 아직 죽지 않은 상태에서 최후의 농담처럼 자신의 부고 기사를 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의 부고 기사를 읽었고, 그로부터 며칠 뒤에 숨을 거두었다. 바넘은 19세기 말에 성서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자서전을 집필했고 여러 차례 수정본을 냈다. 그 밖에도 『세계의 사기꾼들』(1865), 『투쟁과 승리』(1869), 『돈 버는 기술』(1880) 을 저술했다.
옮긴이 정탄
홍익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출판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작가나 작품을 소개할 때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 번역서로 『세상의 절반은 어떻게 사는가』 『덩케르크』 『해변에서』 『언데드 백과사전』 『러브크래프트 전집』 『스티븐 킹의 그것』 『펜타 메로네』 『좀비 연대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