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말 할 것 없이 둘이 결혼해.”
“우리 나이도 있으니 올해 안으로 날을 잡자꾸나!”
두 분 할아버지의 깊은 인연으로
졸지에 정략결혼을 하게 생긴 가을.
그 상대가 하필 다시 얽히고 싶지 않았던
북풍한설 속 북극곰 같은 남자, 윤재하라니.
얼음 같은 표정, 냉랭한 목소리, 살을 엘 듯 차디찬 눈빛까지.
‘할아버지! 지금 저 얼어 죽으라고 하시는 거예요?’
어떻게든 위기에서 벗어나려던 가을의 귀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날아든다.
“전 할아버지께서 골라 주신 여자랑 결혼할 마음, 있습니다.”
치유받지 못한 마음의 상처를
차게 굳은 가슴속에 감춰 온 재하.
그가 모두를 놀라게 할 만한 선전포고를 하는데…….
그의 모든 것을 잃게 만들었던 계절, 가을.
그리고 자꾸 그를 흔드는 이 여자, 가을.
한겨울 같았던 재하의 마음에 다시, 가을이 스며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