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왕 앞에서 소년이 되다.
맹수 같은 기운, 얼음처럼 차가운 사내 호란국(虎爛國)의 왕 태율강.
아름다운 자설림(紫雪林)에서 화인족 사내아이 은달을 만나다.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남이 정성 들여 피운 싹을 이렇게 잘근잘근 밟으시면 어떡합니까?”
“허! 너 이놈, 누가 이곳에 씨를 뿌려 꽃을 키우라고 허락하였느냐.”
“그러는 나리께서는 매를 두 마리나 잡으셨네요?”
“뭐?”
“이곳 자설림에서 잡으신 것 맞지요? 그건 궁에 허가를 받으신 겁니까?”
까만 눈망울에 앙다물린 분홍빛 입술,
귀여움이 도드라진 아이가 종알종알 말을 쏟아 내는 모습에
왠지 모를 흥미로움이 생겼다.
율강은 결국 자신이 호란국의 태양임을 밝히고
은달을 궁으로 불러 곁에 두기에 이르는데…….
헌데 사내아이가 분명하거늘 그 행동 하나하나에 자꾸만 시선이 간다.
‘이 무슨 해괴망측한 일이란 말인가.
도대체 내가 왜 이러는 것인데.
그 아이가 여인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