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았어, 내 키스를…….”
한산(韓山) 이씨 공무공파 문중의 종손녀, 열아.
열여섯, 만월의 밤에 그를 마음에서 지워 내다.
하얀 하늘을 이고 선 종택의 담벼락 아래
그림처럼 서 있는 그를 다시 만난 날,
푸드득, 나비 한 마리가 고웁게 날갯짓을 하며
그녀의 가슴속으로 날아들었다.
“내가, 누구한테, 뭘 했다고?”
도연백화점의 잘나갈…… 뻔한 후계자, 하준.
열여덟, 만월의 밤에 그녀를 마음에서 지워 내다.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던 지난날들을
그녀가 대신 위로해 준 날,
텅 비었던 마음이 풍요로워지기 시작했다.
돌고 돌아 되찾은 그날의 입맞춤.
종택에 내리는 겨울 눈발 새로 아련히 젖어 드는 고백 하나.
“이제 어쩔 수 없어. 멈출 수 없어. 널 사랑해. 그것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