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에게 사랑, 당했다.
어린 왕자에게 길들여진 사막 여우처럼
불가항력적인 인력에 이끌려
생의 마지막 숨결마저 그녀에게 사로잡힌 그, 승화.
‘정인아, 나를 버리지 마.
단 한 번도 너에 대한 마음을 단념하지 못한,
너의 기억만을 향일하며 살아가는 나를, 제발…….’
찬란하게 빛났던 그에게 눈멀어
예정된 비극을 목전에 두고도
속절없이 그에게 심장을 허락하고 만 그녀, 정인.
‘모두에게 독이 되는 가당찮은 욕심을 품고 말았어.
널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너와 나, 조금은 서로가 행복해졌을지도 모르는데. 미안해…….’
엮이지 말았어야 할 인연의 덫에 빠진 그들.
헤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혀 버린 그와 그녀에겐 찬연한 사랑,
그것밖에는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