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잘 크기나 해라. 윤아의 생일은 상사화가 한창이니,
재물도 없는 나는 그거라도 꺾어서 혼인하자 청해 봐야겠다.”
나의 정혼자이자 오라버니의 벗이었던 단겸.
그의 고백에, 붉은 상사화만큼 그 안에 담긴 뜨거운 마음이 좋았더랬다.
하지만 어느 날 불어닥친 청천벽력 같은 사건.
그렇게 믿어 마지않던 겸이 신월가를 무너뜨리고
내 혈육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다!
‘어째서 오라버니를 죽여야 했습니까?
어째서 우리를 배신해야 했습니까?
어째서 나를 버려야 했습니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그가 나에게 상사화를 주겠다고 약조한 열여덟의 오늘,
흐드러진 상사화 대신 가시 돋친 찔레 가지만 한 아름 안겨 준 그에게
내가 줄 수 있는 건 증오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