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바다, 그곳의 하늘에 기이한 빛을 머금은 달이 떠오르면
아무도 모르는 이(異)세계가 열린다.
미지의 그곳에는 달을 닮은 독룡족과 해를 닮은 야차족이 있었으니,
그들은 여신의 결정(結晶)을 받들며 살아왔다.
한데 커다란 지진 속에 결정은 사라지고, 세계는 점차 무너져 갔다.
차가운 은빛 머릿결을 가진 독룡족의 수장, 후.
결정을 찾고자 정신 교감을 하던 그는
여신의 자취와 닿은 아이가 자신의 세계로 넘어온 걸 느낀다.
“드디어 왔어. 이 세계의 붕괴를 막을 수 있는 그 아이가…….”
상단의 내고(內庫)에서 신비로운 진주를 만진 후 기묘한 꿈을 꿨던 아영.
소객주인 아비를 따라 배에 올랐던 그녀는
풍랑에 휘말려 낯선 세상에서 눈을 뜨게 된다.
“여긴 어떤 곳이죠? 난 아버지께 돌아가야 해요!”
“돌아갈 수 없어. 이곳의 바다는 네가 가라앉았던 그 바다가 아니다.”
아영의 기억 속 장벽 너머에 감춰진 ‘결정’의 단서를 들여다보려면
그녀의 마음을 얻어야만 한다.
오직 그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아영을 대하던 후.
하지만 어느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는 자신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