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下권]
모후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된 융.
태어난 순간부터 지고(至高)의 자리를 가졌으나
누구의 사랑도 받을 수 없었던,
그리하여 외로움에 미쳐 가던 왕, 연산.
그에게 원하는 것이 생겨 버렸다.
“서희야, 나를 좀 보거라. 나를 보란 말이다!”
이미 제 것이라 여겼으나
마음만은 제 것이 되지 않은 그녀, 서희.
그녀의 마음이 향한 끝에 서 있는 것은
단 하나 마음을 기대었던 벗, 이혈이었다.
“평생이 걸려도, 다시 태어나도, 아무리 발악을 해도!
서희는 네 여자가 되지 못할 것이다. 알겠느냐!”
배신감에 몸부림치는 융의 분노로
두 사람의 앞날은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음모와 복수의 칼날이 횡행하는 궁궐의 운명 역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되는데…….
새벽녘, 어둠 속에서 홀연히 빛나는 그믐달만이
그들의 길을 비추는 단 하나의 빛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