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않는 인형의 태엽을 돌리는 것으로는 부족해.
그 태엽이 모두 돌아가 다시 멈추는 날이 두려워.
그러니 그 눈에, 코에, 입술에 이 숨을 불어넣어,
한곳에 우두커니 앉아 있는 인형이 아닌 살아 움직이는 여자로서
내 곁에서 영원히 머무르기를.
“이름대로만 살아. 괜찮겠지?”
차가운 말에 인형은 두 눈에 힘을 주며 입을 열었다.
“저도 제안 하나만 하죠.”
결코 빠져나갈 수 없는 손아귀가 뻗어지듯 그를 향해.
“사랑해 줘요. 최소한 남들 앞에선 날 사랑하는 척하란 말이에요.”
그것은 결코 애정이 아니었다.
그것은 결코 원망도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지독한 이끌림이었을 뿐이다.
내 선택이 내 삶의 답이 되었으니 너는 결코 내 곁을 떠날 수 없어.
김인형……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내, 나의 인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