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 말할 수 없이 느려 터진 엘리베이터 안!
13층까지 올라가기 위해서 날마다 성질을 죽이던 그녀,
구시대적인 수컷의 상징을 발견하다.
자경은 모호한 미소를 짓는 그를 경계하며 엘리베이터 벽 쪽으로 물러났다.
“왜, 왜 그래?”
“문자경, 너 나 좋아하지?”
“무, 무슨 소리야?”
정말 이게 무슨 소리야? 헛소리를 왜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해?
“나 훔쳐보면서 얼굴 붉혔잖아.”
“아, 아니야!”
“넌 속마음 들켰을 때 꼭 그렇게 말을 더듬더라?”
그녀는 지금 그에게 놀아나고 있다.
“비, 비켜.”
“또 더듬었네?”
태윤은 더없이 얄밉게 덧붙였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느려 터진 엘리베이터를 원망하는 순간,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오, 하느님!
심장이 콩닥콩닥하던 그날,
자경의 무미건조하던 삶에 촉촉한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