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인기를 누리던 싱어송라이터인 윤성은 교통사고로 눈앞에서 아내를 떠나보내게 되고 하루아침에 비운의 남자가 된다. 1년 뒤 세상의 시선을 피해 은신 중인 그의 눈앞에 전공의 다인이 등장하고, 두 사람은 의사와 환자로 만나 묘한 감정에 둘러싸이게 되는데…….
“이 작사가 누군지 몰라도 ‘사랑’의 ‘사’ 자도 안 해 본 사람일 거예요. 아님 사랑에 크게 데었거나.”
윤성은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손과 입으로는 사랑 타령을 줄기차게 해 대는 작곡가이자 가수 강윤성이 사실은 불타는 연애 한 번 안 해 본 남자였다는 사실을, 그녀가 너무도 쉽게 짚어 냈기 때문이다.
“다인 씨는 잘 알아요?”
“뭘요?”
“사랑이요.”
“사랑은요…….”
다인은 말을 꺼내다 말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눈을 떼룩떼룩 굴리던 그녀는 마음먹은 듯 입을 열었다.
“사랑은 그런 거래요. 말로 다 하지 않아도, 꼭 다 보여 주지 않아도, 소리 없이 내려와 옷을 적시는 가랑비처럼 그렇게 나도 모르게 젖어 드는 거.”
사랑은커녕 호감 어린 말 한마디도 제대로 입에 담지 못했던 그의 마음이 이만큼 깊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그녀도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