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친절한 해오 호텔의 부사장 오수완.
하지만 자신의 영역에 쉽게 낯선 이를 들이지 않는 그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했던 스물두 살의 어린 임시 비서 윤채이.
“내가 윤채이 씨를 뭘 보고 믿어야 하는데?”
더럽히고 싶다는 심술맞은 마음이 들 만큼 파릇한 얼굴이
자꾸만 그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녀를 볼 때마다 느끼는 이 기시감의 정체는 무엇일까.
정답은 아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다만,
“이제야 기억이 났어, 주정뱅이 꼬맹이.”
그에게는 떠올리기만 해도 웃음이 배어 나오던 그날의 기억이
“제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저도 누군지 모르는 그런 사람이에요.”
그녀에게는 절대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었을 뿐이다.
10년 전 여름, 모든 것이 온전했던 시절 우연히 맺어진 악연은
먼 길을 돌아 단 하나의 소중한 인연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