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속에 늘 칼을 품고 다니는 여자, 이서윤.
오로지 휑한 거실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는
커다란 수조 속의 이름 모를 열대어들에게만 말을 걸었다.
4월이 그녀에게 말했다.
너는 왜 아직도 죽지 않느냐고.
왼손잡이지만 절대로 남 앞에서는 왼손으로 서명하지 않는 남자, 강태진.
오로지 TJ그룹을 장악하는 것만이 인생 최대의 목표일 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쳐다보지 않았다.
4월이 그에게 말했다.
넌 사는 게 지겹지도 않느냐고.
“전 상무님을 사랑하지 않아요.”
그는 잠깐 머뭇거렸다.
머뭇거린 이유는…… 생경한 단어 때문이었다.
“괜찮아. 나도 그런 거 어떻게 하는지 몰라. 그러니까 상관없어.”
그러나 그 모든 복잡스러운 생각은 순식간이었다.
상관없다. 그런 건 어차피 모르니까.
그는 그 의미도 없는 말이 나온 입술에 제 입을 가져가며 생각했다.
넌 날 그냥 그 정체도 모를 ‘사랑’이란 걸 해 주면 안 되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