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열적이고 화려한 바렌치아 제국을 다스리는 젊은 황제, 칼리온 덴 반도네르.
잔혹하기 이를 데 없어 그림자조차 피처럼 붉다 하여 ‘적왕(赤王)’이라 불리었다.
작지만 따뜻한 루휀 왕국의 공주이자 모든 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에리 뮤 스칼롯.
그녀는 칼리온 황제의 강제적인 청혼서를 받고 바렌치아 제국의 황후가 되었다.
“짐이 왜 그 먼 대해까지 건너, 하필 그대에게 청혼서를 넣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궁금해야 합니까?”
온갖 추문을 달고 다니는 칼리온 황제를 마주한 에리는
차가움이 묻어나는 그의 외모를 보고 적대감과 긴장감에 사로잡혔다.
“차라리…… 다른 여인을 찾으시고 저와의 초야를 치른 것으로 해 주십시오.”
무릎 위로 마주 잡은 그녀의 가녀린 손가락 끝이 파르르 떨렸다.
“다른 여인을 품을지 말지는 오늘 밤 그대를 안아 보고 정하겠다. 벗어라.”
당돌한 청으로 자신을 거부하는 그녀에게 그는 묘한 잔혹감이 피어올랐다.
“매일 밤 그대를 찾을 것이다. 초야를 치르자마자 독을 삼키고,
감히 겁도 없이 내 앞에서 정혼자 따위를 들먹인 걸 후회하게 해 주지.”
에리를 향한 칼리온의 흉포한 소유욕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강제로 맺은 국혼에 가려진 비밀은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본 도서는 기존에 출간된 종이책 작품에서 본문 내용이 조금 더 추가된 개정판의 15금 버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