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냈지만 깊이 알지는 못하는 사이.
썸은커녕 담백하기만 한 이은과 성하에게 붙은
얼토당토않은 별명, 비주얼 커플.
“두 분 다 모델이시죠? 아직 신혼이신가 봐요.”
늘씬 쭉쭉한 몸매에 완성형의 얼굴로
제삼자에게 오해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키면서도
정작 두 사람은 10년 넘게 우정만 쌓아 왔다.
“사귀자, 우리.”
어느 틈엔가 둘 사이에 스며든 균열.
난데없이 던져진 한마디에 이은은 정신이 얼얼하다.
“왜 하필 난데?”
“너니까.”
불쑥 튀어나온 과거의 상처가 이은을 흔들려 할 때
곁에서 잡아 주던 손의 온기가 우정이 아니었음을
진지한 척하지 않지만 충분히 진지한 그, 성하가
이은을 발끈하게 만드는 고백으로 달달하게 일깨운다.
비주얼 커플이 아니라 진짜 커플이 되는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