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그 중심에 선 강인한 여인들
때로는 위대한 때로는 위태한 그들의 선택, 그리고 역사
세계사를 살펴보면 여성들이 정치와 예술과 학문 등의 사회 주요 영역에서 한 시대를 좌지우지하거나 그 변화와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사례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럼에도 그와 같이 역사를 이끌어간 여성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은 흔한 일은 아니다. 이는 근현대에 이르러 일가를 이룬 여성들의 일대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역사의 기록이라는 면에서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역사란 과거를 제대로 관찰하고 성찰했을 때 그 가치를 오롯이 발휘하기 때문일 터이다.
여성들의 인생사가 역사의 반절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그 같은 아쉬움은 더 큰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그러한 갈증을 해소해주면서 역사라는 숲을 흥미롭게 거닐 수 있도록 위대한 여인들의 드라마틱한 삶을 촘촘하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위대한 업적이나 굵직한 사건들 이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내면서 위인이기 이전에 한 여인으로서의 삶을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독자들은 이 책에 소개된 14명의 위대한 여인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면서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맥락하에서 그들의 선택들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여성 위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까지 깨뜨려지게 될 것이다.
『세계사를 움직인 위대한 여인들』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파멸의 길을 걷다”에서는 고귀한 혈통을 지니고 태어난 여인들, 클레오파트라와 메리 스튜어트, 마리 앙투아네트를 만난다. 혈통만으로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그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시샘과 부러움을 받았지만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탁월한 정치 감각을 지닌 클레오파트라의 지성도, 여왕으로서의 자존감이 넘쳤던 메리 스튜어트의 기품도, 권력보다는 평온한 삶을 추구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바람도 파멸을 막을 수는 없었다.
2부 “군주의 길을 걷다”는 예지 소황후와 빅토리아 여왕을 인생을 들여다본다. 어린 나이에 피 말리는 암투와 권모술수를 겪어야 했던 그들은 자신의 운명에 좌절하지 않았다. 용기 있는 선택을 했던 예지 소황후와 빅토리아 여왕은 최고의 파트너, 최고의 배우자를 만났고 각각 요나라와 영국의 번영을 이룩했다.
3부 “매혹의 길을 걷다” 편에서는 적국의 왕을 사로잡은 미인계의 원조 서시, 프랑스의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루이 15세의 애첩 마담 드 퐁파두르, 가진 것이라곤 재능뿐이었던 빈털터리에서 세계적인 패션 제국을 건설한 샤넬이 소개된다. 세상을 매혹시킨 이 여인들에게는 분명 남들이 갖지 못한 특별함이 있었다.
4부 “예술의 길을 걷다”에서는 전쟁 중 두 아이를 잃었던 영화배우 줄리에타 마시나, 세상의 모든 편견에 맞서 끝까지 자신의 욕망과 사랑을 실현하며 살았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 기생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세계적인 화가로 우뚝 선 판위량의 슬픔과 고통, 외로움에 공감하게 된다.
5부 “워킹맘의 길을 걷다”는 살림과 육아를 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저서를 남긴 <음식디미방>의 저자 장계향과 <규합총서>의 저자 빙허각 이씨,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과학자가 되기까지 주부이자 엄마의 자리에서 끊임없이 노력한 퀴리 부인의 일대기를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