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여자 친구 행세를 잠깐만 해 줄 수 없습니까?”
항상 머리칼을 단정하게 정리하고, 단추는 전부 잠근다.
어디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고급 슈트 차림의 남자.
현재에게 음악은 이루지 못한 꿈인 동시에 자유였다.
“단역배우요. 이백만 원에 해 줄게요.”
아픈 동생, 박봉인 오케스트라, 그럼에도 놓을 수 없는 바이올린.
7년 전 놓친 행복을 되돌리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사라에게 음악은 현실인 동시에 깨져 버릴 꿈이었다.
“여자 친구 역할을 할 땐 달리지 말아 줄래요?
그럼 내가 잡을 수가 없어서.”
한 달간의 계약 연애는 그렇게 시작되었고,
“현재 씨는…… 잘 외워져요. 말투도 표정도……
그냥 잘 외워져요. 악보 같아요.”
겨울에 봄이 스미듯이, 사랑에 빠졌다.
일주일에 한 시간씩 한 달에 총 네 번.
봄의 정원에서 열리는 아주 특별한 연주회.
『봄의 포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