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그룹의 해외영업1팀 삼 년 차 인턴, 김이연.
대표가 바뀌면서 해외 연수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부당 해고가 된 그녀.
하루아침에 그녀를 실직자로 만들어 버린 인간에게 개구리도 밟히면 공룡에게 꿈틀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엇인가에 홀린 사람처럼 사정없이 액셀을 밟아 버린 결과는 참혹했다.
29,500,000. 그녀는 제 눈을 의심했다. 2백9십5만 원이라니. 그깟 뒤 범퍼 하나 교체하는데 거의 삼백이나 나왔다고?
“2백9십5만 원이 누구 집 개 이름이에요?”
“아직 정신이 덜 돌아온 모양이군. 숫자도 세지 못하는 걸 보니.”
“네?”
대표의 핀잔에 다시 확인하는데 동그라미가…… 하나 더 있었다. 뭔가 잘못된 거야. 이런 견적이 나올 리 없어.
2백9십5만 원도 많다고 생각했다. 입을 벌린 채로 말도 못 하고 견적서만 뚫어져라 쳐다보자, 답답한 그가 인상을 찡그렸다.
“놀라는 걸 보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일을 저질렀군. 그 차가 얼마짜리인지도 모르고 화가 난다고 들이받다니, 제정신입니까?”
정말 제정신이 아닌 여자임에 틀림없다.
당장 찾아와 빌어도 시원찮을 여자가 그를 고발하기 위해 노동부로 직행하다니.
설마가 사람을 잡을 것 같은 이 불길한 예감은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