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 민족주의와 편향적 반미 정서를 벗고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합리적 선택을 할 때
『불안한 평화』(공병호 지음, 21세기북스)는 소용돌이치는 정세 속에서 한국 집권 세력과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는 책이다.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어 살얼음판을 딛는 형국이다. 북한은 거듭되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위협을 극대화하고 있고 세계 정치·경제의 패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노골화되고 있다. 이 속에서 한국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파괴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고 정체된 사회를 차원 높은 발전의 도상에 올려놓을 지혜가 요구된다.
그러나 불안한 사고방식이 한반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낭만적인 구호와 민주화 과정에서 잘못 뿌리 내린 반미 정서가 뒤섞여 불합리한 판단을 조장하고 있다. 이제 감성적 편견에서 벗어난 합리적 판단을 해야 한다. 북한과 중국, 미국의 실체가 무엇이며 이들의 지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냉정히 따져보고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할 때이다. 이 책은 이를 위한 생각의 근거를 제공한다. 역사적 맥락과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의 흐름을 성실히 파악하며 왜 대한민국의 선택이 미국이어야 하는가를 말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미국의 실체와 마주하기
대한민국에게 미국은 어떤 존재였나?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한국에는 어떤 존재인가? 많은 논란을 불러올 질문이지만 그 해답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과거를 돌이켜보면 된다. 과거를 올바르게 기억함으로써 미래를 향한 현실의 판단을 내릴 수 있다. 그러나 망각의 비늘이 우리의 눈을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실체가 모호한 감성적 거부감이 한 꺼풀 더 씌워졌다. 이 책 『불안한 평화』는 한국에게 미국이 어떤 존재였는지 역사적 사실을 추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미국 선교사들의 활동, 해방정국과 미 군정, 6·25 전쟁 참전, 전후 복구와 경제 재건 과정에서의 지원 등의 역사를 거치며 한국은 미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미국은, 설령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이 과정에서 야심을 품지 않았고 일관되게 호혜적인 태도를 보였다.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낸 쪽은 구소련과 중국, 그리고 북한이었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의 단절을 획책하였고, 미국이 떠난 자리를 놓치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며 검은 잇속을 채웠다. 그 아픈 역사가 반복될 조짐을 보인다. 한반도 적화의 망상을 접지 않은 북한과 세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요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미국이 한국을 떠나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망각의 늪에 빠져 이 논리에 휘둘리는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 심지어는 이들이 국가의 결정적 선택에 관여할 조짐까지 보인다. 이들의 치명적인 사고가 한반도의 미래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 막연한 반감 대신 그대로의 미국을 직시하며 올바른 선택을 할 때이다.
북한은 ‘우리 민족끼리’
화합하고 협력해야 할 파트너인가?
한반도가 외세의 부당한 지배 아래 종속되어 있으며 이 때문에 분단이 고착되었고 남북한이 원치 않는 갈등을 겪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 뜻밖에도 많이 존재한다. 이들은 외세의 간섭이 사라지면 ‘우리 민족끼리’ 자주적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일구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강력한 외세인 미국이 한반도를 떠나는 것이 그 출발이라고 믿는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의 봉쇄와 압박에 살아남기 위한 피치 못할 자구책이며, 같은 민족인 남한을 공격할 리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들의 믿음은 역사에 대한 망각과 현실에 대한 외면에서 비롯되었다. 북한의 집권 세력은 한반도 적화의 야욕을 꺾은 적이 한 차례도 없다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그들에게 민족의 안위는 안중에 없었다. 그들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침략과 도발을 감행했다. 최고의 기회는 한반도에서 ‘미국의 부재’였다. 6·25 전쟁의 비극은 북한의 책략과 남한 내부의 어리석은 동조로 인해 미군이 철수한 지 1년이 되지 않아 벌어졌다. 이후에도 늘 ‘미군 철수’를 부르짖어 왔으며 최근에는 핵을 앞세워 미국이 한반도를 떠나라고 압박하고 있다. 문제는 6·25 전쟁 이전처럼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제 ‘민족’이라는 낭만적 관점을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내세우는 ‘우리 민족끼리’의 의도와 결과를 정면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경제 교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중국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나?
한국 외교에서 중국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경제 교역 규모 때문이다. 한국 수출에서 중화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이다. 이를 입증하듯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으로 문화콘텐츠와 관광 등의 분야에서 실질적인 타격을 입기도 했다. 이런 환경에서 동맹의 파트너를 바꿀 때가 되었다는 의견이 흘러나오고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과 경제 협력을 늘리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그러나 중국을 미국의 대안으로 생각하거나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기 위해 미국을 멀리하는 일은 극도로 위험하다. 과거 중국이 어떤 나라였는지 그리고 지금 중국이 어떤 나라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를 미국과 비교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우리는 중국의 탐욕과 영향력 아래에서 신음한 역사적 경험이 있다. 6·25 전쟁 때 북한을 도와 참전했고 비극적 희생을 늘렸다. 이를 잊을 수는 없다. 중국은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가치가 약하다. 전체주의적 독재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신뢰할 만한 동맹을 맺고 유지하지 않는다. 정치·경제적 취약성과 리스크를 안고 있으며 비판하고 견제할 언론과 시민사회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와 중국의 정의관은 분명히 다르다. 즉, 우리와 중국은 추구하는 지향점이 다르다. 중국이 북한을 통해 자기 이해관계를 실현하고 북한을 공공연히 지원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과는 달리 중국은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들이 영토적으로나 영향력으로나 야욕을 품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역사적 경험과 현실적 상황을 통해 중국과 동맹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미국에 대한 반감이나 거대해진 교역 규모 때문에 중국과 주된 동맹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성이 없을 뿐더러 지극히 위험하다.
대한민국의 선택,
왜 미국이어야 하나?
대한민국의 선택은 불가피하다. 미국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있는 미국은 한반도에 대한 영토적 야욕을 품지 않았다. 우리는 미국에게 한반도가 지정학적 요충지라는 오해를 지니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은 다르다. 미국은 유럽과 중동, 일본을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한반도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음이 외교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도 미국은 한국의 좋은 동맹이 되어 왔다. 대표적 불평등 조약이라고 비난받는 조미수호통상조약은 당시로서는 호혜적인 체계를 가지고 있고 이후 조약들의 표준이 되었다. 일제의 지배 아래 피폐했던 시절 수많은 선교사가 한국에서 헌신했으며 근대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남한의 공산화를 저지했고 6·25 전쟁에 참전하여 피를 흘렸다. 가난의 수렁에 빠져 있던 시절에는 경제적 원조를 제공했다. 또한 미국과 한국은 지향하는 바가 비슷하다. 한마디로 가치 동맹을 맺을 수 있는 나라다. 이 점에서는 중국이나 북한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미국은 민주주의와 법치, 인권, 비판적 언론과 시민사회를 갖추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강력한 역량을 지닌 나라이다. 미국과의 관계를 굳건히 다지는 것이 한반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시민들은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전망과 경각심을 지니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역사적 교훈을 상기하며 동맹국들과의 상호 신뢰를 굳건히 하는 데 뜻을 모아야 한다. 또한 순진하고 낭만적인 생각에서 벗어나 가치 동맹의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집권 세력들은 북핵 위기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 시대의 과제를 인식해야 한다. 인간성과 적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국과 중국의 차이를 냉정히 따져보아야 한다. 지적 교만을 경계하고 지킬 것을 꼭 지킨다는 결연한 의지를 품어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6월 30일, 미 육군부는 주한 미군 철수 완료 성명을 발표했다. 불과 1,500명의 주한 미군 철수였지만, 이는 북한에 명확한 시그널을 주었다. “당신들이 이제 침략해서 적화하시오!” 안타깝게도 역사는 반복될 수 있다. 주한 미군이 철수하고 1년이 지나서 한반도는 전쟁의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고 만다. 사료들을 살펴보면서 역사는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우치게 된다.
_제1장 ‘미국과의 인연’ 중에서
영토나 무력이라는 측면에서 세계의 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를 손에 꼽아보면 된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경찰국가를 수행할 수 있다고 보는가? 그들의 문제는 영토나 무력이나 경제력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자유 사회의 경험을 단 한 차례도 갖지 못하였다. 그들은 보편적 가치를 체험할 시간도 없었고, 그런 가치를 교육받을 기회도 없었다. 그런 가치를 위하여 시민들이 데모라도 하면 무자비하게 탄압해왔다. 중국이나 소련의 지도층은 보편적 가치에 대한 믿음이 없다. 해방정국의 그 혼란스러운 날들은 가치의 충돌이었다. 한쪽은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고 또 한쪽은 보편적 가치를 깨부수는 그런 세력들이었다. ‘우리 민족끼리’가 될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적대 세력들이 우리가 지키려는 보편적 가치를 허물어뜨리고 우리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강탈하려 하기 때문이다.
_제2장 ‘한국과 미국의 현주소’ 중에서
통일 운동 계열의 친북반미주의자들은 2004년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의 대량 파괴 무기 능력이 미국에 의해 터무니없이 왜곡되고 과장되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2005년 이후에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것은 자위권 차원에서 정당한 일이라고 강변한다. 이들에게 논리나 사실 여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로지 친북반미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어떤 종류의 거짓도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 거짓을 진실인 것처럼 포장해서 대중화하는 데 열심이다. 이들은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기 때문에 설령 내면세계에서는 ‘이게 아니다’라는 양심의 소리가 있을지라도 동질 집단으로부터의 탈퇴는 어려울 것이다.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혹은 북한이 붕괴하는 날까지 친북반미 행보를 계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_제3장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 중에서
미국의 법치주의는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굳건한 토대와 같다. 미국은 이런 튼실한 토대를 갖고 있다. 공평과 신뢰가 무너지면 법은 신뢰를 잃어버리게 된다. 미국은 이런 점에서 매우 건강한 사회다. 정직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미국이 살만한 나라이지만 요행과 한탕주의에 익숙한 사람에게 미국은 지옥에 가깝다. 거짓이 드러나는 순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엄격한 법치주의야말로 미국이 오랫동안 만들어온 제도이자 문화이자 토대이며, 이것이 미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다. 이것은 결코 단기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_제4장 ‘미국의 미래’ 중에서
중국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중국은 국제 사회에서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는가? 중국을 이끄는 당국자들에게 오직 중요한 것은 자국의 이익 즉 국익일 뿐이다. 그들에게 언행의 기준은 보편적 가치가 아니라 이익일 뿐이다. 이익이 되면 하고 이익이 되지 않으면 하지 않는 것이 그들의 가치 기준이다. […] 미국과 중국 사이에 하늘과 땅만큼이나 큰 간격이 있다. 같은 대국이라 해서 같은 반열에 둘 수 없다. 보편 가치를 추구하는 대국과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대국의 격차는 얼마나 크다고 보는가? 앞으로도 이런 간격에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처럼 양국 사이에 옳고 그름에 관한 구조적인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대처해야 한다.
_제5장 ‘미국과 중국의 차이’ 중에서
교역 상대국으로서 중국은 뛰어난 파트너다. 이제까지 경제 면에서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온 것처럼 앞으로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안보, 군사, 정치 등과 같은 면에서 중국과 동맹에 준하는 관계를 맺기는 불가능하다.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노력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있고 노력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서로가 추구하는 정치 체제 자체가 엄청나게 다르다. 중국은 여전히 공산당 일당 독재 체제다. 화려한 언어로 포장을 하더라도 주권재민에 바탕을 둔 의회민주주의 국가와는 크게 다르다. 정치 체제의 차이는 지향하는 가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영원히 평행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 수십 년 전의 전체주의 체제에 가까운 곳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우리가 정치, 국방, 안보 면에서 선택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동맹국은 미국이다. 이따금 이상한 논리로 한미동맹 외에 다른 대안이 있다고 말하는 허무맹랑한 ‘쓸모 있는 바보’들도 있지만,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해서 모두 철이 드는 것은 아니다. 지식과 지혜는 또 다른 차원의 것이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어려움에 빠뜨리지 않는 지혜를 가진 지도자들의 활동을 기대한다.
_제6장 ‘한국과 한국인의 선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