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나랑 잘래요?”
담담한 가연의 목소리에 진혁은 흔들렸다. 운명의 장난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만날 수는 없었다. 애타게 바랐던 오직 한 사람. 그렇지만 세상은 우릴 금기라 했다. 세상 따위는 이길 수 있는 진혁이었지만 가연만큼은, 가연히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만큼은 지켜주고 싶었다. 하지만 짙어질수록 점점 더 비밀스러워진 사랑이 결국 우리를 파국으로 몰아갔다.
-너를 향한 이 마음이 멈출 수 있는 것이었다면, 나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보고 기억해. 저게 너야. 나로 인해 흐트러진, 내가 가르치고 만든 너야.”
강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아주 깊은 곳까지 자신을 느끼라는 의미인 것처럼 처음엔 힘을 실어 천천히 움직였으나 곧 진혁도 몰아닥치는 흥분에 무자비하게 내달렸다. 가연은 진혁의 말이 주문인 것처럼 고통과 쾌락으로 흔들리는 와중에도 모든 걸 기억하기 위해 눈을 감지 않았다. 나를 통해 기억되는 오빠. 이게 마지막이라면 가지고 가고 싶다고, 가연도 생각했다.
절정이 가까워지는 소리에 진혁이 움직임을 멈추고 가연을 들어 물 안으로 들어갔다. 물의 미묘한 움직임이 흥분을 부추겼다. 밖에서 계속된 행위를 끝내듯 진혁이 몇 번 더 치고 올라가더니 자세를 바꿔 가연이 욕조 끝을 잡게 했다.
진혁과 그에 맞춰 쓸려 올라오는 물살 때문에 가연의 신음에 점점 더 단내가 섞였다. 높아지는 음성이 쾌락의 정점이 다가왔음을 알렸고 이번엔 진혁도 심술을 부릴 생각이 없는지 그대로 가연과 함께 절정으로 치달았다.
하아-, 숨을 고르는 가연을 마주보게 안은 후 진혁은 그대로 행위를 이었다. 연이어 일어나는 행위에 가연이 힘들어하자 속도를 조금 늦췄을 뿐, 끊임없는 자극을 주어 결국 다시 열이 오르게 만들었다.
가연이 제대로 열기에 휩싸이자 진혁이 놀리듯 아찔한 자극을 줄듯 말듯 도망가는 행동을 반복했다. 결박당하듯 온몸이 진혁에게 꽉 잡힌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가연은 결국에 안달이 나 흥분 섞인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 제발-”
끝을 바라며 애타하는 부름을 모른 척하고 진혁은 안에서 나왔다. 자신이 몰아붙인 흥분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가연을 움직이지도 못하게 힘을 주고는 손으로만 약하게 자극했다. 흐느끼는 신음이 계속해서 애원을 소리쳤지만 진혁은 흥분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자극만 주며 가연을 밀어붙였다.
“제발 오빠, 넣어줘-”
채워지지 않는 부족함을 참지 못하고 가연은 결국 부끄러움이 뒤섞인 직접적인 말로 간절하게 사정했다. 그제야 진혁은 만족스럽게 웃으며 다시 열락의 끝으로 몰아쳤다. 넌 오로지 나로 가득 차야 해. 그 어떤 것도 나 외의 다른 사람이 처음이어서는 안 돼.
그 후에도 이 공간에는 오직 환락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어제 알려준 모든 감각과 행위를 가연이 오늘은 익숙해지고 스스로 행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 같은 쾌락과 열기에 가연은 빌듯이 그만-이라고 수없이 말하며 울음을 울었지만 그럼에도 진혁은 가연을 놓지 않았다. 물이 식을 때까지 가연의 안에서 나가지 않고 끝도 없이 밀어붙이고 또 붙이기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