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부에 살고 있던 한 노총각 양생이라는 사람이 일찍 부모를 잃고 결혼도 못한 채 만복사 동쪽에 홀로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달밤 그는 문밖의 배나무 아래를 거닐며 외로운 자신의 심정을 시로써 읊고 있었다. 그 때 공중에서“그대가 진정 배필을 얻고자 한다면 무엇이 어려우랴.”하는 말이 들려왔다. 다음날 그는 소매 속에 저포를 간직한 채 불전에 나아가 축원하되 오늘 부처님과 저포놀이를 하여 만일 내가 지면 법연을 베풀어 치성을 드리옵기로 하고 부처님이 지시면 나에게 아름다운 배필을 얻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였다. 축원이 끝난 뒤 그는 혼자서 저폭을 던졌다. 그가 이겼다. 그는 다시 불전에 꿇어 앉아“일이 이미 이렇게 결정되었으니 저를 속이지 마옵소서” 하고 궤 아래에 숨어서 동정을 엿보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15∼6세의 아릿다운 처녀가 불전으로 오더니 부처님께 자신의 불행을 하소연하고 축원문을 불탁 위에 놓고는 흐느껴 울었다. 그 처녀의 축원문의 내용은 왜구의 침입으로 부모 친척과 노복을 잃고 벽지에서 고독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과 배필을 하나 얻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양생은 춘정을 이기지 못하여 곧바로 뛰어나가 그녀를 대하였다. 그녀도 흔쾌히 그를 맞이해 주었다. 이렇게 하여 부부의 정을 맺은 양생의 사랑과 부모간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아가는 것이 만복사저포기의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