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영 장편소설 『늘푸른 에버그린』제1권. 그 놈이……! 아니, 오늘부터 내 남편이 된 남자가 샤워를 하고 있다. 종전에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의 머리카락 끝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가방 안에서 옷을 꺼내던 연수의 손길이 잠시 멈추었다. 티셔츠 사이에 있는 정열의 붉은 속옷. 불타는 신혼 첫날밤을 보내라며 친구 혜원이 선물해 준 것이었다. “불타는 밤은 무슨. 불에 타서 죽으라는 말인가?”쩝. 연수는 공허한 입맛을 다셨다. 미간을 모으며 엄지와 검지로 집게를 만들어 얇은 천 조각을 집어 들었다. 신혼 첫날밤, 이것을 입은 새신부의 모습을 목도하는 순간, 남편의 코피가 팡 터진다던 전설의 망사 T팬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