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비행기 사고로 얽히게 된 두 남녀…… 수년 후, 남남으로 살던 그들이 결혼을 위해 만났다. 서른 박지훈과 스물셋 이성현. 시작은 연서대 미사과 교수와 학생. 과연 이들의 결혼은 진짜 인연이 될 수 있을까? “저 다 좋은데요. 교수님, 교수님은 지금 이 결혼을 하고 싶으십니까?” “응, 난 이 결혼 할 거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 알고 있나?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대놓고 즐길 자신은 없어.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굳이 거스르면서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 않아. 난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의 조화와 균형을 깨뜨리기 싫어. 이 일은 양가 어른들이 워낙 오래 전부터 벼르고 별렀던 일이고 상식이나 합리적인 사고 따위는 전혀 고려 될 여지가 없는, 이를테면 천재지변 같은 거야. 쏟아지는 비를 어떡하겠어. 그건 사람의 힘으로 멈출 수는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 쪽도 빨리 마음 정리하고 순순히 협조하길 바래.” 뭐? 협조? 이 분이 정말……. 결혼이 무슨 대민 봉사도 아니고 협조라니, 협조라니! 내가 예비군 훈련 나가? 두 주먹이 저절로 부르르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