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
불가(佛家)의 얘기처럼 삶이 고해(苦海)라, 세상을
사는 어느 누군들 안 그렇겠냐마는 뱃사람들과 상인들
에게 닥치는 삶의 파고(波高)는 더했다.
뱃사람은 거대한 자연에 맨몸 하나로 맞서는 이들이
고, 상인은 본능적으로 이권(利權)을 위해서라면 지옥
끝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항상 죽음은 그들과 함께 있
었다.
중원으로 들어오는 모든 해로(海路)는 이곳 혈룡협
(血龍峽)으로 통한다.
남해(南海) 선유도(仙遊島)와 염점도(鹽霑島) 사이의
해협(海峽)……
중원지도 어디에도 혈룡협이라는 이름을 찾아볼 수
없지만, 배를 한 번이라도 탄 사람치고 혈룡협을 모르
는 사람은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그곳에 오랜 옛날부
터 터를 잡고 살아온 바다의 사나이들 때문이다.
아라비아와 동영(東瀛), 고려(高麗), 서반아(西班牙)
등 모든 해로의 길목을 가로막는 사신(死神) 혈룡단(血
龍團)……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언제부터 생겨났는지,
그리고 혈룡단의 두령이 누군지……
아무것도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혈룡
협에 핏빛 용의 깃발이 나타나면 그곳은 곧 죽음의 바
다, 혈해(血海)로 변해 버린다는 사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