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잊혀지지 않는 아름다운 꿈(夢)이 있었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홀로 가슴
속에 오래도록 품고 싶은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 꿈은 겨드랑이에 역린(逆鱗)을 달고 있는 것처럼 두려
웠다.
반면 역린이 발각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지라도 절대
로 이 꿈만은 버릴 수 없다고 결심 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
지했다.
그 꿈에 들기에 앞서 항상 부드러운 현악기(絃樂器)의 선
율(旋律)이 먼저 들려왔다.
이제 막 젖몽울이 잡히는 아름다운 소녀의 내면처럼 감미
롭고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또한 베짱이의 날개짓 소리가
부드러운 나삼에 휘감겨 흘러나오듯 여린 선율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현음(絃音)에는 신비한 힘이 있었다.
내 의식을 조금씩 야금야금 해체해 마침내 손 끝 하나 움
직일 수 없는 가사(假死)상태로 만들었다.
그 후에야 나는 비로소 몽환(夢幻) 속으로 들어갈 수 있
었다.
경이로움과 함께 다른 세계로 이입(移入)되는 데 대한 두
려움을 동반한 여행은 가슴 떨리는 설렘과 함께 시작되었
다.
나는 또 세 개의 창에 관한 꿈을 기억한다.
몽환의 뒷장을 장식하는 그 세 개의 창과 불에 달궈져 화
염을 뿜어대던 창날을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악신(惡神)을 닮은 거대한 동상(銅像)의 손에 들
려 있다가 내 아름답고 화려한 꿈의 마지막을 온통 피바다
로 만들었다.
소리도 없이 내 복부에, 머리에, 오른팔에 꽂히던 세 개
의 창날.
츄아악!
분수처럼 뿜어지던 피는 바다를 이루고 그 피는 곧 거대
한 악마의 형상으로 변해갔다.
-잊어라. 기억하려 하지 마라.
몽환의 끝에서 들려오던 저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그 후 오래도록 나는 그녀에 관한 꿈을 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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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본명 신동욱, 현재 사마달프로의 대표이다. 무협 1세대 작가로 수백 권의 소설과 이천여 권의 만화스토리를 집필하였다. 소설로는 국내 최장편 정치무협소설 <대도무문>,<달은 칼 끝에 지고>(스포츠서울 연재), <무림경영>(조선일보 연재)등의 대표작이 있다.만화로는 <용음붕명>(일본 고단샤 연재), <폴리스>,<소림신화>,<무당신화>등 다수의 신화시리즈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