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 第一章 운명의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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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大陸)은 공활(空豁)했다. 넓고 시린 하늘가로 몇 조각 구름이 떠간다. 태양(太陽)의 광망(光芒)은 눈이 부시다.
천지간이 온통 눈의 축제다. 만학천봉(萬壑千峰)을 거느린 산악도, 동구 밖의 야트막한 동산도 눈 아래 하나가 되었다.
가끔 잔설이 바람에 휘말려 오르며 아쉬운 듯 분분한 눈발을 뿌려 댄다.
이런 날 아이들은 뛰고 싶을 것이다. 감숙성(甘肅省) 끝의 옥문관변(玉門關邊)에 사는 아이도, 북방(北方) 등격리(騰格里)의 사막 가의 유목민 소년(少年)도…….
그리고 운남(雲南)이나 사천(四川)의 아해들도 뛰고 싶을 것이다.
눈(雪)은 소년과 소녀에게 꿈(夢)을 심어 준다.
연인(戀人)들 또한 눈을 좋아한다. 하나 상심인(傷心人)은 더욱 상심하고, 잃어버린 아내의 무덤가에서 사랑의 추억을 더듬는 인생(人生)은 서글픔을 더하게 한다.
눈이 천지간에 건곤일색의 백야(白野)를 만든 날.
호북(湖北) 의창성(宜昌城) 동산사(東山寺) 밖의 허름한 대장간 안에서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십이 넘도록 허름한 대장간에서 쇳덩이를 두드렸다는 것뿐…….
그는 파리한 살색을 타고난 한 아기를 안고 있었다. 손길을 부르르 떨면서…….
그의 옆에는 이미 싸늘하게 식어 버린 한 여인의 시신이 놓여져 있었다.
대장장이, 평생을 쇳덩이와 함께 늙어 온 대장장이는 웃었다. 울음보다 더욱 비감(悲感)을 느끼게 하는 웃음으로…….
"으하하하하… 네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녀석이 될 것이다!"
핏기 없는 그의 아이는 파리한 안색으로 굳어 있었다.
"이 애비가… 비록 한 자루의 병기(兵器)도 만들어 보지 못했으나, 네녀석만은… 이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잔혹하게 기르겠다!"
아이는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검은 눈동자로 뭔가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듯한 아버지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있을 뿐…….
아이야!
너의 이름은 검(劍)이라 부르겠다.
너는 한 자루의 검이 되어라!
푸르고 예리한 검(劍).
제아무리 단단하고, 제아무리 뛰어난 인물의 심장도 꿰뚫을 수 있는 검(劍)을 만들겠다.
아이야!
사람들은 우리를 가난하고 약하다고 비웃어 왔다.
약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이 아버지의 아버지가,
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리고 그 아버지가,
한 자루의 검(劍)을 만들고자 평생을 바쳐 왔다.
하나 쇠는 우리의 뜻을 저버리고, 우리의 가문은 지금도 이렇게 살아 오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