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시대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대한민국 노사관계 대안은 없는가? 2011년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노조가 없는 기업의 경우는 새롭게 노조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고심하고 있다. 또 자동차·조선·중공업 등 기존에 강력한 생산직 노조가 있던 업종에서는 기존 노조와의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비생산직들이 추가로 노조를 설립할 것에 대비해 이들의 특성과 요구 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렇듯 현재 재계의 가장 큰 관심거리인 복수노조 시행과 더불어 노사관계의 바람직한 대안으로 떠오른 비노조경영에 관한 실천적 해법을 담은 책, 『공존을 위한 또 하나의 선택』이 출간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저자인 신은종 교수는 “그 동안 비노조경영에 대한 명확한 개념 없었기 때문에 무노조경영이나 반노조경영과 동의어로 사용되어왔다”면서 우선 비노조경영의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바람직한 비노조경영이란 인재철학에 그 터를 잡고, 창의와 소통에 중점을 둔 전략적 인사관리를 통해 구성원들의 일과 삶의 질, 구성원 간의 신의를 한 단계 높임으로써 비노조 상태를 지속시키는 노사관계관리활동을 말한다. 한마디로 비노조경영의 궁극적 목표는 구성원의 일과 삶의 질을 한 경지 높은 수준으로 향상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구성원의 행복을 제대로 반영한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우선적으로 해야 할까? 어떻게 구성원들의 선택과 지지를 얻을 것인가? 비노조경영의 철학과 실천적 해법 1. 인재철학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1) 가치사슬의 제일 위에는 구성원을: 오늘날 고객은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지위에 오르면서, 고객의 행복을 위해 기업 구성원들이 그 수단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그러나 실제로 행복하지 않은 종업원은 고객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가장 위대한 백화점이라는 명성이 사상 최대의 매출 감소로 빛을 바랠 위기에 처했던 노드스트롬 백화점의 종업원관계관리 사례는 고객의 행복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요조건이지만 지속 가능성의 측면에서 볼 때 충분조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종업원이 불행하고 지친다면 결국 고객의 행복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고용안정 원칙, 인재지향성의 선언: 인재철학의 처음은 고용안정을 제1의 원칙으로 선언하는 데 있다.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의 장기 파동설에서 알 수 있듯이 자본주의는 주기적으로 불안정성을 반복한다. 이런 까닭에 경영에는 늘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다. 기업이 위기 타파를 위해 가장 먼저 드는 칼이 인원감축인데, 이는 단기적으로 비용 측면에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2001년 IT 붕괴 당시 많은 인원을 감축해 위기를 극복한 야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GE, 델컴퓨터 등과 IT 붕괴를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적극적으로 인재 확보에 나선 구글의 현재를 보면 답은 나와 있다. 2. 창의는 어떻게 창조되는가 1) 창의는 자율을 먹고 자라는 나무: 3M의 15%룰은 자율성으로 창의를 살린 대표적인 예다. 전 회장인 윌리엄 맥나이트는 근무시간에 대한 통제권의 15%를 구성원들에게 부여했다. 3M의 히트상품인 포스트 잇, 스카치가드, 섬유보호제 등은 15%룰의 산물이다. 또한 구글에서는 20%룰을 적용한다. 근무시간 중 80%는 월급을 받는 프로젝트에, 나머지 20%는 스스로 선택한 개인 연구에 투자하도록 했다. 구글 추천 검색어, 에드센스, 오컷 같은 구글의 작은 변화들은 20%룰의 결과이다. 2) 실패를 조장하라: ‘실패를 용인하라’라는 구호는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로버트 서튼에 의해 처음 강조됐다. 로버트 서튼은 실패를 처벌하지 말고, 오히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 나태를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실패의 경험은 오히려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비아그라는 실패의 성공이라는 역설로 잘 알려진 사례다. 코카콜라는 소화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얻은 실패의 산물이고, 비아그라는 심장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임상실험 중 새롭게 발견된 부작용에서 비롯되었다. 이렇듯 실패 속에 잠재해 있는 성공을 세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창의다. 그러나 실패로 인한 비용 감수를 두려워하며 그 기회를 박탈한다면 눈앞의 손실은 막을 수 있지만, 창의의 결실은 얻을 수 없다. 3. 소통하고, 소통하고, 또 소통하라 1) 차이를 긍정하라: 집합적이건 개별적이건 소통은 차이에 대한 긍정을 전제로 한다. 소통의 대상인 ‘막혀 있는 상태’란 다름 아닌 차이의 존재를 뜻하기 때문이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형태의 차이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해야 한다. 1)무지라는 형태의 차이다. 어떤 정보에 대해 알지 못하는 무지는 앎과의 차이다. 새로운 정보를 공유해야 하고, 정보와 사실을 중심으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2)오류라는 형태의 차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오류는 제대로 이해함과의 차이다. 오류라는 차이를 극복하려면 오류가 사실인가에 대한 판단을 우선 해야 한다. 3)다름이라는 형태의 차이다. 이럴 경우는 상대의 프레임을 이해하면 한다. 2) 현장완결형 소통: 선진기업의 공통적인 특성은 고충처리를 위한 소통공간을 잘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는 개별면담을 통해 현장관리자가 직원들의 애로나 고충을 경청하고 상담한다. 특징은 현장관리자에게 실질적인 권한위임이 이뤄져 있다는 점이다. 즉 현장의 고충은 듣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문제해결로 완성된다. 개별적 차원에서 갈등관리를 제도화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관리자와 직원 간의 상호평가시스템이 갖춰져야 질 높은 현장관리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