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보기>
* 천후봉(天吼峰)의 서장(序章)
천후봉(天吼峰).
만학천봉(萬壑千峰)을 굽어보고 서 있는 거대한 암봉(岩峰). 발 아래 수천 수만의 군봉(群峰)을 굽어보고 있는 모습은 유아독존(唯我獨尊)의 경지(境地)에 이르렀으며, 그 빼어난 준엄(峻嚴)과 수려(秀麗)는 세인(世人)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천후봉 정상에 바람이 불면 봉우리 위에서부터 뇌성(雷聲) 같은 부르짖음 소리가 들려온다.
우르르- 우르르릉-.
수천 수만 마리의 뇌룡이 일시에 울부짖는 듯, 가히 세상을 압도할 듯한 장소성(長嘯聲)은 사자후(獅子吼)보다 늠름하고 신마소(神魔嘯)보다 무서운 것이었다.
천후봉 위에 서서 사방(四方)을 바라보면 그 무엇도 거칠 것이 없다.
육합(六合)은 운해(雲海)를 이루고, 발 아래 굴복하고 있는 연봉(蓮峰)은 천자(天子)에게 절을 하는 신하들의 모습마냥 초라해 보인다.
하늘에 닿을 듯 뾰족히 솟아 있는 최고정(最高頂) 위.
휘익-, 사방에서 몰려드는 삭풍(朔風)에 휘감기고 있는 암반(岩盤)의 첨각(尖角) 위에 서서 천하를 굽어보고 서 있는 백의인(白衣人)이 하나 있었다.
약관(弱冠)이 채 되지 않아 보이는 청년이었는데, 칠흙같이 검은 머리카락을 백색 문사건(文士巾)으로 가린 채 첨봉 위에 우뚝 선 모습은 신비감마저 자아내고 있었다.
타인을 압도할 듯 형형한 정광을 뿌려내고 있는 성안(星眼)의 봉목(鳳目)과, 그 위 칼날같이 뻗어 나가고 있는 짙은 눈썹, 꽉 다물어져 있는 도도한 입매무새와 우뚝한 콧날에서는 장부(丈夫)의 당당함은 물론이고 부드러움마저 엿볼 수 있었다.
백의 청년, 그의 두 눈은 지금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창천(蒼天)에는 구름 한 점(點) 없었다.
탁 튀기면 깨어질 듯 청정(淸淨)한 하늘 위. 검은 점 네 개가 모였다 흩어졌다 하며 푸른 하늘에 호선(弧線)을 긋고 있지 않은가?
천후봉 위에서 오십 장 정도 되는 높이. 가히 신응(神鷹)이라 부를 만한 흑익거응(黑翼巨鷹)의 무리가 표표히 비상(飛翔)하고 있었다. 백의청년은 바로 그 네 마리 신응 무리를 응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흠, 응비천애(鷹飛天涯)라더니……."
뒷짐을 지고 있는 백의청년의 입매가 기묘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마치 세상을 조롱하는 듯 오만하고 냉막한 미소가 얼굴 가득 번지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더 가까이 오너라!'
그의 눈빛 또한 어느새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끼익-, 하늘 위에서부터 날카로운 울음 소리가 울려퍼지더니 네 마리 신응 중 한 마리가 날개를 바짝 세우며 밑을 향해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곤두박질을 치는 듯한 움직임은 전광석화(電光石火) 같은 빠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