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山에는 하나의 전설이 있다.
일컬어 아수라의 전설.
세상을 계도하는 데는
만 명의 보살보다
한 명의 아수라가 필요할 때가 있다면,
산은 아수라를 낳아 피로써 세상을 계도하도다.
전설을 거역하는 자,
피로 제거될 것이며
영혼마저 으스러지리라!!
<맛보기>
강호(江湖).
누구도 그 땅만은 정복하지 못했다.
무림의 역사가 기록되고 누천년(累千年)이 지났으되,
그 어떠한 거대세력도 그 비정하고 처절한 대지만은 장
악할 수 없었다.
사가(史家)들은 강호인들을 일컬어 유협(遊俠)의 무
리라 한다.
그들은 황법(皇法)마저 비웃기 마련이다.
그들이 숭앙하는 것은 협의혼(俠義魂)이며 강호의 불
문율(不文律)이다.
심산유곡에 칩거한 유협들.
부평초(浮萍草)처럼 떠돌아다니는 낭객(浪客)들.
시정 구석에서 이(蝨)를 잡는 걸개(乞 )들.
밤을 불사르며 웃음과 노래를 파는 야화(夜花)들.
황금의 산 속에 장원을 짓고 술에 진주(眞珠)를 녹여
마시는 절세거부(絶世巨富)들.
죽림(竹林)의 오만한 묵객(墨客) 문창성(文昌星)들.
…….
강호는 만인의 것이다.
강호는 어떤 하나의 방파가 점유하는 그러한 대지가
되지 못한다.
육도삼략에 이러한 말이 있다.
천하비일인천하(天下非一人天下) 천하지천하(天下之天下)
<천하는 천하의 것이다.>
병서(兵書)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육도삼략의 이
말이야말로, 강호라는 대지의 속성을 가장 극명하게 표
현한 말일 것이다.
하되 예외가 없는 규칙이 없다는 말대로 강호에도 하
나의 예외가 있다.
누구도 감히 오르지 못할 산(山)이 있다. 무수한 세
월 가운데 그 산은 수백 회에 걸쳐 도전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 산은 쉽게 패배하곤 했다.
그리고 그 산에 도전했던 자들은 천하를 장악한 양
기뻐해 마지않았다. 하지만 결국 산을 정복했다고 여긴
자들은 너나 할 것이 없이 허물어졌고, 그 산은 언제나
오만한 그 웅자로 누천년을 버티어 낸 것이다.
그 산의 위대함은 강하기 때문도, 약하기 때문도 아
니다.
그들은 한 번도 강호를 상대로 싸움을 걸어본 바 없
다.
다른 방파를 공격한 바도 없으며, 불세출한 영웅을
만들어 강호를 평정한 바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