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대학원생 시절 조교로 있으면서 모시던 교수님께서 정교수가 되기 위한 자격요건을 갖추기 위해 책을 출판하시는 모습을 지켜본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날 교수님께서는 보다 학문적인 완숙도가 더 깊어졌을 때 책을 쓰고 싶었는데 현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을 출간하시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수년 전 출판사를 경영하시는 분으로부터 책을 써보라는 요청이 있었습니다. 책을 출판하게 됨으로 얻게 되는 유익한 점들을 이야기하는 말에 솔직히 귀가 솔깃했습니다. 저자가 된다는 것은 에덴 동산에서 아담과 하와가 받았던 유혹처럼 너무나 달콤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의 한켠에서는 책을 내기에는 나 자신의 내공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신대원 시절 교수님의 말씀이었습니다. 지금도 동일하게 저자가 된다는 것에 자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었습니다.
이 책은 설교자로서 최근 강단에서 외쳤던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에 대한 말씀을 수정하고 보완한 것입니다. 성령의 열매에 대한 설교를 하게 된 이유는 예수를 믿으면서도 아름답지 못한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삶과 신앙이 일치가 되고, 신앙생활이 생활신앙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제 자신과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저와 함께 안타까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은 많지만 우리의 일상생활이 거룩해지도록 삶을 인도할 수 있는 영적 네비게이션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하나님의 자녀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영적 좌표를 보여주기 위해 성령의 아홉 가지 열매를 설교하게 된 것입니다.
귀를 통해 마음으로 전달되었던 설교가 이제 눈을 통해 마음으로 전달되었으면 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반드시(必), 성령의 충만함을 경험하여(Feel), 그 결과로서 우리의 인격과 삶이 하나님의 성품으로 채워져야(Fill) 합니다. 이러한 간절한 소망을 담아 부끄럽지만 세움교회 성도들과 함께 나누었던 말씀을 이제 독자들과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러한 나눔이 있도록 여러 모양으로 수고해 주신 신정범 대표, 지금까지 목회자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앞서 목사의 삶을 보여주시고 가르쳐주신 아버님과 장인 어르신, 부족한 남편의 곁에서 언제나 든든하게 함께 해주는 아내, 사랑하는 세 딸 다은, 시은, 채은, 그리고 보다 아름다운 신앙공동체를 세우기 위해서 함께 몸부림치는 세움교회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새맘교회 박득훈 목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바쁘신 가운데도 후배목사의 부족한 원고를 꼼꼼하게 읽으시고 이 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설교학적인 부분과 신학적인 부분은 물론 원고의 수정과 보완이 필요한 부분들까지 살펴주셨습니다. 저에게는 출판의 기쁨보다 원고를 통해 목사님으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멘토링을 받은 것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은혜요 사랑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부족한 가운데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립니다. 또한 미천한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신앙생활에 유익하도록 사용하여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2014년 새해...
정성수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