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연.”
나직하게 이름을 부르는 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랑 연애하자.”
마치 잘 지냈느냐는 인사를 하듯 아무렇지 않게 연애를 하자는 신우를 멍하니 바라보다 물었다.
“술 마셨니?”
“응.”
“그럼 제정신은 아니겠구나.”
신우는 어둠 속에서 하얗게 빛나는 수연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아주 오래전 스치듯 지나간 감정 따위가 지금껏 남아 있을 리도 없는데 수연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했다.
“대답해 봐. 나 만나 볼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미쳤구나? 이런 장난 재미없으니까 취했으면 집에 가서 잠이나 자.”
돌아서려는 수연의 팔을 신우의 손이 휙 낚아채 돌려세웠다.
“장난 아냐.”
“…….”
수연은 당혹스러움에 뿌리치지도 못하고 굳은 채였다. 붙잡힌 손목을 타고 전해지는 신우의 체온이 지독한 열감기를 앓고 있는 것처럼 몹시도 뜨거웠다.
“나한테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넌 이런 내 꼴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니?”
“네 꼴이 어때서?”
“참 잔인하구나. 밑바닥까지 떨어진 내 모습을 구구절절 설명이라도 해야 속 시원하겠어?”
신우는 대문 틈으로 쏟아지는 불빛을 등진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수연의 얼굴을 눈으로 더듬었다.
여전히 무심한 표정. 쌀쌀맞은 말투. 나이만 먹었지, 수연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때 못 해 본 걸 지금이라도 해 보려고.”
“뭐?”
“너 혼자서 나한테 관심 있었던 거 아니니까. 나 역시도 너한테 관심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