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빈틈없이 정확한 우현으로선 애매함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그녀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달갑지 않은, 정확히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감정이 내내 거슬렸다. 싫지도 좋지도 않은, 그럼에도 무시가 되지 않는, 그 외에도 무언가 더 있는 듯 걸러지지 않는 애매함. 강산영이라는 여자는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었다.
그래서일까. 반대로 그녀가 곤란해하는 모습엔 썩 기분이 괜찮았다. 그 해석 불가능한 모호함조차 용납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큼. 당황하는 그녀의 모습에 웃음이 나는 것도 미처 모를 만큼.
따지고 보면 상당히 유치한 감정이건만 우현은 그조차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사람에게 갖는 감정은 세 가지 정도였다. 경계를 그을 수 없는 가족, 허용 범위 내에서 편한 친구, 그리고 나머지는 이해관계에 있거나 좋아하든 싫어하든 무감한, 범주에 들지 않는 사람들.
그런데 그녀는 어느 부류에도 해당사항이 없었다. 그 외, 기타 등등에 넣자니 무시가 잘 안됐고, 그렇다고 어딘가 끼워 넣기엔 심하게 많이 모자란다. 말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이상한 여자.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다. 여러모로 다채롭게 복잡다단해질 수 있는 것이 또 인간관계임을 우현은 간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