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사랑은 아픔이었습니다.
내게 사랑은 절망뿐인 상처 투성이었습니다.
내게 사랑은 달콤한 속삭임이 아니라 가시가 가득 박힌
장미덩굴이었습니다.
내게 사랑은 눈물이었습니다.
내게 사랑은 가슴에 묻어야 하는 추억이었습니다.
처음 본 그. 아직은 어린 18살이지만, 그때 나는 사랑을 알게 되었다.
같은 학교, 같은 하늘 아래 숨쉬고 살았지만, 그와 나는 너무나 먼 사람들이었기에 서로 말을 걸지도, 인사를 하는 사이도 아니었다.
그 일이 있고 난후에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가 나를 본다. 화원고등학교 최고의 킹카며, 최고의 권력을 휘두르는 그가 보잘 것 같은 나에게 처음으로 말을 건 사건.
나는 알지 못했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멈출 줄은…….
그렇게 우린 애절한 사랑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가 주는 깊고도 넓은 포근함에 나는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말았다.
내가 태어나던 날, 돌아가신 아버지.
그렇기에 나는 아비를 잡아먹은 딸년이라는 오명 속에서 살았기에…….
그가 주는 사랑에 냉큼 심장을 내어주고 말았다.
쳐다보지 못할 나무라는 걸 알면서도…….
올라가지 못할 태산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18년 인생 처음으로 욕심이라는 걸 부려보았다.
그를 내 사람으로 하기 위해서, 나만 바라보는 남자로 만들고 싶어서, 욕심을 부리고 말았다. 그래서 후회한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으니까.
아직도 눈물이 흐르는데…….
그가 준 생명을 가슴에 안고, 그가 준 사랑을 심장을 묻고 나는 그를 잊기로 결심했다.
멈추지 않으면, 멈추지 않으면 내 심장이 터져 버릴 테니까.
절망감에 빠져 우는 그를 뒤로하고, 나를 잡기 위해서 손을 내미는 그를 뿌리치고, 나는 그렇게 그에게서 돌아섰다.
눈물이 마르길 바랐는데…….
그를 떠남으로써 눈물을 버렸다 생각했는데…….
십 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나는 울고 있다. 그를 잊기 위해서…….
발췌글
아비 잡아먹은 년이라고 매일 모진 구박을 당해야 하는 그곳은 집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아니었다. 누구 하나 기댈 곳 없던 그곳에서 처음으로 기댈 수 있는 그 누군가를 만났다.
학교에서 알아주는 최고의 킹카, 해준. 그 남자가 진아를 찍었단다.
믿기지 않은 일이었지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 남자를 이제는 받아들이고 싶다. 먼저 내밀어진 그 손, 이제 잡고 싶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배경의 그 남자와의 만남은 반대에 부딪히고, 하나밖에 없는 오빠가 불구가 되고, 사랑하는 그 남자마저 망신창이가 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어, 결국 그 남자의 손을 놓고 말았다.
그리고 10년 후, 그녀 앞에 해준이 나타났다. 복수라는 이름으로…….
“잊었다고 생각했다. 그 기간 동안 잊었다고…… 그런데 아니었어. 이렇게 갈증이 나. 미칠 것같이 갈증이 나서 죽을 것 같아. 나만 이런 거니? 나만 열에 들떠서 허우적거리는 거야? 그런 거야?”
애타는 눈길로 소리치는 그를 바라보고 있던 진아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후드득 떨어지는 눈물 때문에 얼른 고개를 숙였지만, 그가 본 후였다.
“나를 보면서 말해 봐. 나, 잊었어?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들 다 잊었어? 잊을 수 있어? 그럴 수 있냐고?”
직설적인 그의 말에 네, 라고 대답해야 했다. 네, 라고!
“네, 네에.”
“나를 보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그의 눈빛만 보면 아니요, 라고 대답할 것 같아서. 보고 싶어서 죽을 것 같았다고, 밤마다 꿈꿨다고 말할 것 같아서 차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보면서 말해 봐.”
“나한테 이러지 마요.”
“다시 시작해.”
“잔인하게 이러지 마요.”
앵무새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던 진아는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살짝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속이 탔는지 식은 커피를 꿀꺽꿀꺽 마셔대는 그의 모습에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말았다.
“다시 시작해.”
“나, 더 이상 아프기 싫어요.”
“그때와는 달라.”
“아니요, 다르지 않아요. 그때랑 하나도 달라진 거 없어요.”
울고 싶다. 펑펑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달라진 게 대체 뭔지 묻고 싶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찾지도 않았으면서…… 자신이 먼저 그의 손을 놓았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그가 찾아주기를 바란 적도 많았다. 일 년이 가고, 이 년이 가도 그가 찾아주겠지, 라는 마음에 가슴 두근거렸던 적도 있었다. 바보 같은 마음인 줄 알면서도 말이다.
“전진아!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