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사(武林史)를 기록한 천추군림지(千秋君臨誌)는 참으로 눈물
겨운 혈사(血史)를 그 첫머리에 두고 있다.
<십팔만(十八萬) 리(里) 중원천하(中原天下)!
사랑과 의리(義理)는 사라지고, 죽음(死)과 피(血)의 공포만이 흐르
도다.
천(千) 년(年) 전의 기인 운대선생(雲大先生)의 예언대로 만악(萬惡)
의 대종주 혈천종(血天宗)이 나타나니… 오오, 하늘과 땅에 이는 피의
전율을 그 누가 멈추게 하리요?>
피눈물에 젖은 사관(士官)의 붓은 계속된다.
<옥문관(玉門關)에 만마가 질타하니, 하늘은 핏빛이도다.
그 기세는 노도보다 무서워 천지간(天地間)에 그들을 막아 낼 인물
또한 없도다.
변황의 오대세력(五大勢力)과 동해(東海)의 불귀도(不歸島), 천축(天
竺)의 뇌전혈교(雷電血敎)가 마도의 세력에 연합하도다.
천하(天下)에 인재는 없고 구파일방(九派一 )의 힘은 십만 마도 앞에
조족지혈(鳥足之血)이라.
오호라! 천하는 죽음의 공포에 떨고, 하늘빛은 검붉은 핏빛(血色)으로
물들도다.
한데 천(天)의 신하들이런가? 무혼(武魂)이 불타오르는 정의의 고수
(高手)들이 나타나도다.
그들은 피와 살로 이루어진 사람이나 가슴엔 벽력탄(霹靂彈), 머리엔
구국천하의 의(義), 마음(心)은 투혼(鬪魂)에 불탔도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마(魔)의 도래 앞에 몸을 날릴 때마다 하늘엔
그들의 충혼(忠魂)처럼 붉은 버섯구름(火花)이 피어 오르더라.
이들 일천 의협을 이끌고 온 자, 무림에 가장 거대한 이름을 남겼으니
… 그는 천왕태극궁(天王太極宮)이라는 이름 없는 문파의 종주(宗主)더
라.
그는 가슴에 가장 많은 폭약(爆藥)을 안고 마의 대종주 천사마황(天
邪魔皇)을 덮쳐 갔으니, 그의 이름은 사마검한(司馬劍漢)이라.
그 협의지심이 성불(聖佛)한 승려를 능가하고, 그 충정은 무림열사의
으뜸이 아니겠는가?
만마(萬魔)는 피에 씻기고 피를 흘려 붉은 황하(黃河)를 더욱 붉게 했
도다.
이렇듯 만마는 죽어 갔으나 그들의 종주는 두 다리를 잃었으되 살아
도주하였으니, 악의 불씨는 남았도다. 또한 그의 피 어린 저주(詛呪)가
향후 무림을 더욱 떨게 하도다.
- 하늘(天)이여! 어찌 마도(魔道)를 버리시나이까? 지난 천 년의 세
월을 우리는 치욕 속에 살아왔나이다. 하늘이여! 그대는 언젠가 나에게
지고 말 것이오.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말을 나는 바꾸고야 말겠소.
사필귀마(事必歸魔)라고! 향후 수년 이내에 한 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