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낭인 제2권

서효원 | (주)인크리션 | 2012년 04월 03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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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무검(無劍)의 단계,
심검(心劍)의 단계에 이르렀기에
검을 꺾어 버린 자,
그가 심산유곡에 은거하고 있다면
두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심신유곡이 아니라
시정에 머물러 있다.
비급을 쌓아 놓고 연검하는 것이 아니라
국화를 기르며 살고 있다.
그것이 그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소은(小隱)은 은어산(隱於山),
대은(大隱)은 은어시(隱於市)이기에!


<맛보기>


* 序章(1), 잊혀진 영웅(英雄)

중원(中原), 뭇별들이 찬란하게 타올랐다가는 사라져 가는 오천 년 야망(野望)의 하늘(天)이다.

하늘이 타오르도록 찬란하게 빛을 발하다가는 흐릿한 궤적을 끌며 사라져 가야 했던 유성(流星)의 승부사들.

그리고 실로 찬란하게 타오르며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무업(武業)을 이룩한 혜성(彗星)의 거협(巨俠)들.

그 누구도 진정한 태양(太陽)은 되지 못했다.

그 누구라도 군림(君臨)의 극점(極點)에 도달하지 못한 채, 성상(星霜)의 어두운 그늘 속으로 사라져 가야만 했다.

그러나 가장 귀한 것은 찬란한 태양의 광채가 아니다.

어쩌면 풀잎 위에 맺힌 함초롬한 이슬방울로 머물다가 새벽을 알리며 스러져 가야만 했던 무수한 패배자(敗北者)들.

은둔자(隱遁者)들로 인해 중원사(中原史)는 이루어졌을지도 모른다.



* * * *



격풍(激風).

강호인들은 그 시대를 격풍의 시대라 불렀다.

하늘과 땅이 피보라에 잠기고, 생(生)과 사(死)가 뚜렷이 구분되지 않은 혼돈의 시대.

군마거효(君魔巨梟)가 사해(四海)에서 준동(蠢動)하고, 검(劍) 대(對) 검(劍)의 처절한 승부가 장강(長江)보다도 기나긴 혈로(血路)를 이룩했던 삼 년의 세월.

시산혈해(屍山血海)가 구주(九州)에 즐비하게 세워지고, 대소방파(大小幇派)의 편액(遍額)이 무 잘리듯이 잘리어 지천으로 널리던 시절.

그 시절은 마세(魔勢)가 가장 강했던 시절로, 천년무사(千年武史)에 뚜렷이 기록되었다.



북풍혈번(北風血幡).

새북(塞北)에서 일어난 만마결사(萬魔結社).

그들은 핏빛 천으로 묶은 마검(魔劍)을 가슴에 안은 채 사방으로 흩어져 나아갔으며, 강호의 전통적인 방파들은 변변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잇따라 쓰러지고 말았다.

무당(武當) 상청관(上淸觀)이 불탔고, 개방( 幇)의 개봉총타(開封總舵)가 혈해로 화했다.

전진(全眞) 백운관(白雲觀)이 붕괴되었으며, 화산(華山)의 함옥별부(涵玉別府)가 천참만륙의 지옥으로 화했다.

어디 그들 피에 굶주린 북풍의 승부사들뿐

저자소개

80년 성균관대학교 산업심리학과 재학중 『무림혈서』로 파란을 일으키며 무협소설계에 데뷔했다. 그후 10여 년 동안 무려 128편의 무협소설을 써냈으니, 작가의 타고난 기(奇)가 엿보인다.

독특한 인간상을 통해 무림계를 잘 표현한 그의 작품은 창작 무협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극찬을 받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대자객교』『실명대협』『대중원』『제왕성』『대설』등 수많은 작품들이 손꼽힌다.

92년 위암과 폐기종으로 생을 짧게 마감했으며, 93년 동료작가들이 그의 시와 산문을 모은 유고집 『나는 죽어서도 새가 되지 못한다』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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