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소생에 대한 꿈틀거리는 인간의 욕망을 담은 공상과학소설의 고전
죽음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공포와 두려움은 많은 문학작품과 영상매체가 흔히 즐겨 쓰는 소재다. 죽음이 불러일으키는 유무의 한계를 극복하기위해 인간은 오랫동안 종교를 통해 영혼의 부활을 노래해왔고 과학을 통해 육체의 소생을 꿈꾸어왔다.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러시아 벨라예프 작가의 <도웰 교수의 머리>는 과학을 통해 인간의 부활, 즉 몸의 부활을 소재로 하는 공상과학소설이다. 이미 죽은 육체를 소생해내는, 그것도 의식세계를 대변하는 머리만을 부활시키는 과학자와 이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모험담이 입체적이면서도 흥미롭게 펼쳐진다. 여기에 부활이라는 인류최고의 업적을 위해 끝을 모르고 달리는 인간의 성공에 대한 집착과 욕심, 목적을 위해 수단을 합리화하는 인간의 이기심 등 과학의 발전과 윤리적 기준 사이의 딜레마라는 고전적인 문제가 더해지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요즘처럼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최첨단 영상을 달리는 시대에 몸통 없는 머리자체에 대해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유추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소련 최초의 SF작가이자 SF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벨라예프가 생물학과 의학, 물리학 분야의 탁월한 식견을 바탕으로 1938년에 발표한 공상과학소설의 고전임을 감안하다면 이 엽기적이고 클래식한 이야기에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할 것이다. 죽음을 피하고자 하는 영원한 꿈과 성공과 명예에 대한 집착은 그 방법을 달리할 뿐 끊이지 않는 인간의 본능이자 욕망이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인간의 조건을 고민하다.
죽음에서 깨어났지만 머리만 살아있는 도웰 교수는 논문을 읽고 연구를 하며 사유를 한다. 그러나 몸이 없기에 ‘사물들의 매혹적인 세계를 접할 수도 없고 돈과 명예에 대한 욕망’조차 꿈꿀 수 없기에 괴로워한다. 영혼은 있으나 몸은 없는 사람, 그는 죽은 걸까? 산 것일까? 혹은 인간일까? 괴물일까? 동시에 도웰 교수의 머리를 이용하여 출세하려는 코른 교수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남의 생명과 자유까지 박탈하는 악랄한 과학자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인간의 형태에 가까운 것일까?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과학자를 중심으로 소설 속에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젊은 오페라 가수의 몸을 얻었으나 영혼이 몸을 따라가지 못해 결국 파멸의 길로 접어드는 3류 카바레 여가수, 영혼은 소생했으나 몸을 얻지 못해 결국 영원한 소멸의 길로 접어드는 남자, 의식의 파멸을 통해 몸마저 죽음의 길로 이끄는 정신병동의 의사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촘촘하고 밀도 있게 그려나가며 삶과 죽음, 선과 악, 육체와 의식의 상관관계라는 철학적인 물음을 쉽고 명쾌하게 전개해나간다.
결국 작가가 인용한 것처럼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 속에서 이 이야기의 시작과 끝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죽음에서 의식이 깨어났을 때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기뻤다는 도웰 교수의 말처럼 인간의 생에 대한 원초적인 갈망은 이 모든 가치를 뒤흔드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질문과 해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