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계를 뒤엎은 성(性) 문학의 새로운 표상 『엠마뉴엘』은 첫 출간 당시 검열상의 문제로 저자 이름도 없이 오직 ‘엠마뉴엘’이라는 제목만 표지에 새겼다. 출간되자마자 20세기 에로티시즘이 가지고 있던 모든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면서 문학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진 『엠마뉴엘』은 색정소설의 숭배적인 작품으로 거듭남으로써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다른 출판사에서 ‘엠마뉴엘 아산’이라는 저자의 필명만 기재하여 재출간하였고, 저자에 대한 무수한 추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멈추지 않는 흥행 돌풍을 이어갔다. 『O 이야기』를 세상에 알린 장본인이자 살아 있는 사드로 불리는 자크 포베르는 이 작품을 두고, ‘뜻하지 않게 당시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던 그 무언가를 가져다주었다’고 평했다. 프랑스의 대표 시인 앙드레 브르통은 잡지 ‘아르’ 1면에 이 작품을 소개했으며, 그의 마지막 제자로 알려진 작가 앙드레 피에르 드 망디아르그도 ‘라 누벨 르뷔 프랑세즈’에 이 작품에 대해 단순히 색정소설로 치부할 수 없는 정신적 탐색을 하고 있으며, 한 편의 진정한 문학작품으로 손색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O 이야기』가 출간되고 5년 후, 당시 바타유가 제시한 우울하면서도 유해한 세계관에 영향을 받고 있던 색정소설의 전통을 무너뜨렸다고 평했다. 그 외에도 르몽드를 비롯해 프랑스의 매스컴이라면 거의 예외 없이 이 작품에 대한 인상적인 서평을 쏟아냈다. 열광적인 반응에 힘입어 이 소설은 동명의 영화 「엠마뉴엘」로 제작되었다. 네덜란드의 무명 배우였던 실비아 크리스텔이 엠마뉴엘 역을 맡았고, 장편 영화를 찍어본 경험이 없는 스태프들이 허가도, 대본도 없이 영화 촬영에 돌입했다. 소설 속의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을 거침없이 묘사한 이 영화는 검열이라는 장벽을 뚫고 유럽에서 폭발적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전 세계에서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관람하고 30년에 걸쳐 수십 편의 속편이 제작되면서 엠마뉴엘은 ‘해방된 여성’의 표상으로 떠올랐고, ‘남녀 모두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쾌락을 추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전 세계의 여성들을 열광시키며 페미니즘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