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다의 >걸어본다<16 베를린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해외레지던스 사업 가운데 "베를린" 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근 석 달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 한은형 작가는 비교적 좁고 상대적으로 깊은 90일 간의 베를린 나들이를 하고 온 듯합니다. 여정의 범위가 넓지 않고 나날의 에피소드가 복잡다단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여행지에서라면 시끌벅적 떠들썩하게 섞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거의 뒤엉키지 않았다 싶었거든요. 이는 2G폰으로도 부족함 없이 잘살아온 작가의 스타일이, "상식적이지 않고, 모험심이 별로 없다. 그런 것과는 가장 거리가 멀다고도 할 수 있다. "했던 것을 다시 한다, 그리고 또다시 한다"가 나의 행동 방식에 가깝다"라고 자평한 작가의 성격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 하겠지요.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는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스무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묘하게 사람을 끄는 것이요, 어떤 책이든 어떤 인물이든 어떤 풍경이든 어떤 음식이든 어떤 전시든 베를린에서의 한은형 작가는 무조건적인 감탄을 넘어선 감격을 잘 들키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늘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멀어진 만큼, 그 벌어진 만큼 대신 제 사유들을 그 자리만큼 넉넉히 채우는 사람인 거예요. 작가는 이 거리를 일컬어 자기 검열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같아요. 일견 자신에게 아주 가혹할 만큼 인정을 주지 않는 사람이란 걸 팁으로 알고 보시면 책이 더 친근하게 읽힐 지도요.